▲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일 청와대 대브리핑룸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 단행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해 국제 망신을 산 지난 6일 한러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청와대 안보실이 애초 만든 대통령 말씀자료엔 ‘북한의 해외 노동자 수출 완전 차단’ 주장까지 실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12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맥마스터의 친구, 정의용 안보실장을 주목하는 이유’란 제목의 글에서 문 대통령의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담을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자신의 지인이 대통령 말씀자료에서 문제의 ‘북한의 해외 노동자 수출’ 관련 내용을 확인하곤 빼도록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북한의 노동력 해외 수출은 소규모로 이뤄져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사인인데도 대통령 말씀자료에 있어 황당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정상회담 광경을 지켜본 이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 말씀자료가 외교부 사무관 수준의 허접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청와대 누구도 사실을 검증하거나 전략적인 고민을 하지 않는 데 대해 크게 놀란 것”이라고 일화를 공개한 취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아침 유엔안보리에서 통과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보니까 애초 미국이 공언했던 대북 원유수출 중단이나 노동력 수출 차단은 아예 빠져 있다. 결국 유엔에서 통과될 수 없는 미국의 초안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그런데 정말 의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 이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 정부의 외교 난맥의 일정한 패턴이 드러나고 있다”고 통탄했다.
그리고 김 의원이 말한 ‘외교 난맥의 일정한 패턴’은 이렇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을 공언하면 청와대 안보실이 지레 겁을 먹고 미국보다 더 강경한 말을 쏟아냅니다. 그러면 슬그머니 미국은 자신의 말을 거둬들이면서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만 외톨이가 됩니다. 항상 그랬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 6월 중순 있은 문정인 대통령 특보의 “북한 핵 동결을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전략자산 배치 철회” 발언을 실제 사례로 들었다. 문 특보의 발언에 당시 청와대가 발끈하며 이른바 ‘쌍중단’은 “문 특보 개인의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는데 지난 8월 북한이 핵을 동결하지도 않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고 훈련기간에 전략자산 배치도 철회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그렇다면 애초 청와대가 문 특보 제안에 선을 그을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 아니겠느냐? 그런데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지레 ‘미국이 싫어한다’며 우리가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을 다 제거해버린 청와대 내부의 인사가 도대체 누구냐”며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겨눴다.
그는 이어 “미국은 대북 봉쇄로 간다고 지레 겁먹고 미국을 대신해서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러 다닌 이런 저자세 외교를 대통령에게 건의한 사람이 누구겠느냐? 걸핏하면 백악관의 맥마스터 안보보좌관과 전화한 걸 가지고 ‘미국의 생각은 이것이다’라고 정보를 독점하고 편향된 사고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입한 사람”이라고 정 실장에게 직격탄을 날리곤 “결국 정상외교가 외교부 사무관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지요. 대안이란 대안은 다 제거해버리고 이제 와서 대안이 없다고 말하니 답답한 노릇 아니겠습니까?”라고 정말 답답해했다.
김동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