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에 《조선일보》는 미국 기자가 조선(북한)의 전자오락실에서 소년들에게 “나에게 총 쏘겠나” 묻자 소년들이 망설임 없이 “네”라고 대답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뉴스전문방송인 CNN이 16일 오전 11시에 방송한 1시간짜리 특별 다큐멘터리에서 뽑은 내용이었다.
CNN 리플리 기자를 포함한 취재팀 3명은 여름에 15일간 북을 방문하면서 평양과 원산, 시골 마을, 농장, 가정집 등을 방문해 주민들의 모습을 담았는데, 전자오락실에서 14~15세 소년들이 전자오락실에서 '총으로 적을 죽이는' 게임을 즐기고 있는 걸 본다. 리플리 기자가 “적이 누구냐”고 묻자 소년들은 “미국 놈들”이라고 답하고, 이어 기자가 “만약 내가 미국인이라고 한다면 나를 쏘겠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네”라고 답한다 한다.
소년들이 놀고 있었다는 오락은 아리랑협회의 메아리사이트가 8월 25일에 보도한 “미국놈사냥”으로서 한국에서도 간단히 소개되었다. 8월 25일자 기사 “인기를 끌고있는 3차원유희오락프로그람 《미국놈사냥》”(김다현 기자)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최근 사람들속에서 3차원유희오락프로그람《미국놈사냥》이 커다란 인기를 끌고있다.
3차원유희오락프로그람 《미국놈사냥》은 적후에서 조성된 불의의 정황속에서 저격총으로 미국놈들을 쏘아눕히며 싸우는 전투유희이다.
사용자들은 아슬아슬한 전투현장을 방불케하는 가상세계에서 다양한 특기동작들을 구현하고있다.”
기사에 첨부된 사진에서 사이트 주소를 지우고 2장을 합성해본다.
▲ 북의 3차원 전자오락프로그램 “미국놈사냥” © 자주시보, 중국시민 | |
사진을 보면 게임방식은 세계적으로 여러 해 유행된 사격형 전투게임과 비슷하다.
이 게임을 누가 만들었는지 밝히지 않았던 메아리사이트는 21일 뒤 9월 15일에 다른 하나의 게임을 소개하면서 개발사이름을 알렸다. “3차원전투유희오락프로그람 《사무라이사냥》”(김다현 기자)의 전문과 합성사진은 다음과 같다.
“최근 삼흥정보기술교류소에서 개발하여 내놓은 3차원전투유희오락프로그람 《사무라이사냥》이 커다란 인기를 끌고있다.
3차원전투유희오락프로그람 《사무라이사냥》은 지난 세기 아시아의 《제왕》이라 으시대며 총칼차고 거들먹대던 악독한 사무라이놈들을 저격총으로 직접 조준하여 소탕하는 전투유희이다.
회전마다 무기들이 갱신되며 사격시 여러가지 효과들을 활용할수 있다.
지금 청소년들과 근로자들은 전투유희오락을 통하여 군국주의망령을 되살려 재침야망을 실현해보려는 현대판 사무라이족속들의 소굴을 요정낼 의지를 가다듬고있다.”
▲ 북의 3차원 전자오락프로그램 “사무라이사냥” © 자주시보, 중국시민 | |
삼흥정보기술교류소가 전에 어떤 일들을 했는지는 잘 모르나, 화면풍격을 통해 “미국놈사냥”도 그들의 작품임을 추정할 수 있고, 또 이후에 주로 청소년들을 겨냥한 게임들을 계속 만들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근년에 조선을 방문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놀라면서 지적하는 게 전날 상점과 시장에 가득했던 중국산 상품들이 국산상품들로 교체된 현상이다. 그 무슨 제재나 보복 때문이 아니라 국산품들의 품종이 다양해지고 품질이 제고되었기 때문이란다. 조선은 김정일 시대의 첫 핵시험 이후 경공업투자비율을 점점 높여가는 추세를 보이는바, 여러 해째 “수입제 밀어내기”를 꾸준히 진행해온다. 방문객들이 눈으로 보고 느꼈다면, 재일 《조선신보》 평양지국 기자들은 경공업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직접 들었다. 또한 근년에 조선의 신문기사들에서 경공업성과가 차지하는 비율이 부쩍 늘어나고 있음을 통해서도 국산품들의 지위를 가늠하게 된다.
청소년오락시설은 몇 해 전 “우리를 기다리지 말라” 등 3차원 전면체험 비행이 나왔다고 기억되는데, “미국놈사냥”과 “사무라이사냥”같은 전투게임은 처음인 것 같다. 조선의 소설들에는 청소년들이 “재미나는 컴퓨터게임”을 줄기는 대목이 심심찮게 나왔다. 물론 모두 외국산이었다. 이제는 게임에서도 국산이 수입제를 밀어내는 캠페인이 벌어지지 않나 싶다.
조선의 아동영화(애니메이션)에서 미국을 승냥이로 비긴 듯한 설정이 나오기만 해도 한바탕 아우성치는 일부 한국 언론들의 입장에서는 조선의 전투게임들이 반미, 반일 세뇌교육의 일환으로 비칠 것이다. 그런데 조선사람들의 미국과 일본 내부의 일부 악세력에 대한 증오와 경계가 단순히 교육의 산물일까?
필자가 여러 해 전에 글에서 지적했다시피 인간의 성장에서 학교 교육과 언론선전 외에 가정영향이 지대한 역할을 한다.
지금 조선의 청소년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들은 거개 미군 폭격 및 학살의 경험자들이고 한 세대 더 올라가면 일제 치하 경험자들도 있다. 그들이 평소에 접하는 정보들이 어떤 인식을 낳을까?
중국 원자탄, 수소탄 연구제작에서 첫 손 꼽히는 공로를 세워 “량딴위안쉰(两弹元勋, 양탄원훈)”으로 불리는 떵쟈샌(邓稼先, 등가선, 1924~ 1986)은 사실 원자탄, 수소탄만이 아니라 중자탄의 확보까지 기여를 했다. 그와 그의 동료들이 왜 20여년 간 이름을 숨기고 지대한 노력을 기울였느냐에 대해 해석을 가한 사람들은 아주 많다. 덩쟈센의 부인 쉬루시(许鹿希, 허록희, 1928~)는 소녀시절 일본군의 포악함과 잔학함을 직접 체험한 의학자로서 2000년대에 기자의 취재를 받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 1986년의 덩쟈센, 쉬루시 부부 © 자주시보, 중국시민 | |
“국가가 강성하면 외국인은 바로 외국귀빈으로서 방문하고, 교류하고 장사를 한다.
국가가 빈약하면 외국인은 바로 외국놈으로서 강탈하고 불지르고 살인하고 토지를 점령한다.
믿지 못하겠으면 1840년 이래 중국 근대사를 읽어보라.
위안밍위안(圆明园) 유적지 공원을 참관해보라.
루거우챠오(卢沟桥)항일전쟁기념관을 참관해보라.
난징(南京)대학살 기념관을 참관해보라.
그러면 덩쟈샌 같은 사람들이 왜 이름을 숨기고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면서
개인의 득실을 따지지 않고 달가이 총명과 슬기를 한평생 바쳤느냐를 알 수 있을 것이다.
(国家强盛,洋人就是外宾,访问、交流、做生意;
国家贫弱,洋人就是鬼子,抢劫、烧杀,占土地。
如若不信,去读一读自1840年以来中国近代史,
去参观一下圆明园遗址公园,
卢沟桥抗日战争纪念馆,
南京大屠杀纪念馆,
你就会明白邓稼先他们这些人为什么能够隐姓埋名,忍受一切;
不计较个人得失,心甘情愿地奉献聪明才智,乃至一生。)”
필자처럼 중국에서 나서 자랐고 핵보유역사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조선의 핵과 미사일 연구제작이 “외국놈”을 “외국귀빈”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비친다. 물론 세상에는 강성하지 못하지만 외국인들이 평화로이 방문, 교류, 거래를 하는 나라들도 있다. 허나 반도라는 특수한 지정학적 위치는 선택의 폭을 줄인다.
CNN은 “순박한 모습을 한 북한 주민들이지만 하나같이 미국에 대한 깊은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고, 북한 정권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졌다”고 전했다 한다.
미국인들이라 미국에 대한 조선주민들의 반향에 신경을 쓰다나니 한국에 대한 반향을 취재하지 않았다. 남북교류가 끊어지지 않았더라면 직접 북에 가서 촬영하고 취재하는 기자들도 꽤나 되겠건만, 한국의 그 많은 언론들이 외국 언론의 보도에나 의존해 북을 알아보는 게 무척 한심하다.
전투게임으로 돌아와 필자는 이제 조선에서 새로운 게임들이 늘어나더라도 한국군을 과녁으로 삼는 게임은 나오지 않으리라고 믿어진다. 우선 동족이고 다음으로 조선은 미국을 적수로 간주해왔지 한국군(그들의 표현대로는 “남조선괴뢰군”)을 눈에 차하지 않으니까.
인민군은 미군을 적수로 삼는데, 한국군은 인민군을 주적으로 간주하는 괴이한 현상이 사라지는 때야말로 반도에 평화의 서광이 비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