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날인 14일 오전 사저는 긴장감이 흘렀고, 서울중앙지검 앞은 "이명박을 구속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검찰 출석 예정 시간이 다가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앞은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른 새벽부터 그의 출석을 취재하기 위한 취재진들로 사저 앞이 북적였다. 경찰은 이 전 대통령 자택과 주차장 입구에 펜스로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고 접근을 차단했다.
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그의 구속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든 시민들만 눈에 띄었다.
출석 시간이 다가오면서 이 전 대통령 변호인들과 이재호 전 의원,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사저에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오전 9시 14분께 사저를 빠져 나가자 이명박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이 전 대통령의 차량은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서울 중앙지검으로 향했다.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까지 9분여가 걸렸다. 이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오자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명박을 구속하라"고 외치며 차량에 접근하려 하자 경찰들이 이를 막아서고 제지했다.
뇌물 수수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2013년 2월 24일 퇴임 이후 1844일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된 것이다.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는 다섯 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20여개에 달한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 비용 대납,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100억원대에 달하는 뇌물수수 혐의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 다스 실소유주 관련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그간 주요 혐의에 대해 사실관계를 부인하거나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시민·노동단체들 "파렴치한 범죄자, 이명박 구속은 국민의 명령"
앞서 이날 아침 출근시간부터 서울 강남구 서초동 법원 삼거리 앞에는 이명박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펴졌다.
전국 각지에서 온 시민들은 "국민을 믿고 이명박 구속수사", "사법부는 이명박 구속영장을 즉각 발부하라"는 등의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이명박 검찰 출석을 기다렸다. 바닥에는 "꽃길 걸어 감옥으로"라는 스티커가 붙여졌다.
노동당은 이날 오전 9시 법원 삼거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즉각 구속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외쳤다.
노동당은 "오늘 소환조사를 마친 피의자 이명박이 가야 할 곳은 논현동 집이 아니라 감옥"이라며 "범죄 혐의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가능성을 고려해 즉각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이명박에 대한 구속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이후 이들은 이 전 대통령 가면을 쓴 사람이 파란 수의를 입고, 밧줄에 묶인 모습으로 무릎을 꿇자 구속 방망이를 때리는 등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어 20여개의 진보민중단체들은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을 사유화 한 파렴치한 중범죄자 이명박을 구속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기자회견에는 용산참사 유가족 전재숙 어머니와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 등이 자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검찰은 이명박과 그 측근, 친인척들의 백화점식 권력형 비리와 범죄혐의에 대해 남김없이 수사하고, 유죄입증으로 구속시켜야 한다"며 "범죄자에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따윈 필요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범죄혐의가 방대해 조사 시간이 부족하면 한 번 더 소환할 수 있는 검찰의 결단도 필요하다"며 "역사의 심판과 단죄는 단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날 중앙지검 앞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정치보복 중단하라", "문재인을 탄핵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