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10일 인재영입에 난항을 겪던 서울시장 후보로 결국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공식 추대했다.
이를 두고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서왔던 김 전 지사를 통해 분열된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심산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울시장·세종시장 후보 추대 결의식'을 열고 서울시장 후보로 김 전 지사를 추대했다. 세종시장 후보로는 송아영 당 부대변인이 이름을 올리게 됐다.
홍준표 대표는 "서울시 내 모든 당협위원장들이 결속해서 뭉치면 우리가 승산이 있다고 본다"며 "그래서 보수우파를 결집시킬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게 출마를 요청했고, 김 전 지사가 당을 위해서 흔쾌히 그 요청을 수락했다"고 추대 배경을 설명했다.
홍 대표는 이어 "김 전 지사와 정치를 여의도에서 같이 할 때 제가 쓴 책에서 김 전 지사를 '영혼이 맑은 남자 김문수'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나는 김문수를 보면 '영혼이 맑은 남자 김문수'라고 생각한다"고 김 전 지사를 치켜세웠다.
이에 김 전 지사는 "저에게 서울시장에 출마하라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며 "저는 대구에 가서 지난 번에 낙선한 적이 있는 걸 다 알거다. 대구에도 주민등록됐는데 왜 저보러 서울시장에 나오라고 하나. 저는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고 소회했다.
김 전 지사는 "저는 지금도 저보다 적합한 분들이 많이 계신다, 제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지만 서울시장 후보도 내지 못하는 자유한국당은 해체돼야 한다(고 생각해 나서게 됐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고위직 국정원장도 구속됐다. 고쳐야할 게 많다. 깊이 반성한다. 고칠 건 고치겠다"며 "그러나 이 나라를 김정은의 핵폭탄에서 확고히 지킬 정당은 오직 자유한국당 외에 분명한 당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철지난 공산주의·사회주의 좌파의 그릇된 생각에 매달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에 빠져있다"며 "서울의 600년 역사를 지우고 이상한 남북 간 화합을 말하는 세력이 어떤 세력인지 체험으로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북에서 태어났다면 수백 번은 죽었을 거다. 한없이 자애롭고 한없이 용서해주는 대한민국에서 죽지 않고 살아와서 이 나라에서 마지막 봉사를 하고자 한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김 전 지사는 곧바로 금융감독원 앞에서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에 휩싸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사실상 서울시장 후보로서의 첫 행보이다.
'인턴동반 황제외유 온국민이 분노한다'는 피켓을 든 김 전 지사는 "김기식 원장을 이렇게 만들어낸 인사 자체가 바로 청와대를 점령하고 있는 운동권 출신들의 코드인사, 편파인사, 내로남불 인사, 막무가내 인사가 빚어낸 참사"라며 김 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전 지사는 1인 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과거 경기도지사를 8년 했는데 공직자는 어느 공직에 있든지 도덕성이 첫째"라며 "도덕성이 없는 부도덕한 인물이 공직을 맡을 경우에는 공적 기관이 모두 오염될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를 불행하게 만드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공직은 청렴성이 생명"이라며 "청렴하지 않은 공무원은 바로 즉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이날 서울시장과 세종시장 후보를 추대하는 것으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을 사실상 마쳤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보다 빠르게 광역단체장 공천을 마친 셈이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조기공천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는 여당처럼 사정기구를 갖고 있지 않고 줄 당근도 없기 때문"이라며 "그러다보니 조기공천이라도 해서 반발을 무마시키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당의 광역단체장 전략공천으로 인해, 경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일부 예비후보들이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 홍 대표는 "물론 기회를 받지 못한 분들의 반발은 있겠지만 좀 더 멀리 보고 길게 보고, 그렇게 당을 위해서 승복을 하고,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이 전선에 한 마음으로 힘을 합쳐줄 것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자유한국당은 오는 20일 전까지 지방선거 공천을 매듭 지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