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수뇌부 합동 기자회견의 씁쓸한 뒷맛... 아직도 우린 ‘들러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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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8-24 18:53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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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군 수뇌부 합동 기자회견의 씁쓸한 뒷맛... 아직도 우린 ‘들러리’인가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관계를 전문으로 다루고 있는 기자는 22일, 참 황당한 기사를 송고해야만 했다.
정치인도 아니고 국방부 장관처럼 행정부 관료도 아닌 미국의 사령관 3명이 평택에 있는 미군 군사기지인 오산기지에서 내외신 합동 기자회견을 했다는 것이다.
무슨 전쟁 상황도 아닌데, 군대를 지휘하는 지휘관들이 뜬금없이 미국과 태평양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날아와 그것도 한국 국방부나 한미 연합사령부가 아니고 오산기지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경으로 두고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다.
기자회견 사진을 보면 더 가관이다. 평소에 입에 침이 마르듯이 ‘철통같은(ironclad)’ 한미동맹을 강조했지만, 이날 기자회견은 다섯 명의 건장한 미군 사령관들이 폼을 잡고 늘어서 있고 우리군 대장인 김병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그야말로 한쪽 끝에서 ‘들러리’를 자처했다.
대체 이게 미국 땅에서 미군 지휘관들이 자기들 군사기지 내에서 무슨 훈시를 하는 분위기이지, 한국 땅에서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북한의 위협을 공동으로 방어하겠다는 의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 미군 사령관의 발언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해리 해리스 사령관은 이날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외교적 해결책(diplomatic solutions)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군사적 대응이 아니라 외교적 대응을 두세 차례나 강조했다.
아니 상대방(북한)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국방부 청사도 아니고 군사기지인 미군기지 안에서 그것도 미사일방어 무기를 배경으로 하고 외교관도 아닌 군 최고 지휘관들이 ‘외교적 해결’을 강조한 내용을 누가 믿겠는가?
솔직히 위협을 자제하라는 ‘대북용’이 아니라, 폼을 잡기 위한 ‘대남용’이라는 비난이 저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이들이 합동 기자회견을 하던 시각, 미 국방부 장관은 오히려 IS(이슬람국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라크 총리와 회담 등을 하고자 이라크를 전격 방문했다,
미군 사령관들이 이라크에 있는 미군 군사기지를 방문해서 백날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더구나 해리스 태평양 사령관은 그렇게 한국에 와서 폼을 잡고 있을 한가한 시간이 아니다.
자기가 관할하는 미 7함대의 구축함이 최근 연이어 상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구축함이 참여하는 미 해군 작전이 전면 중지되는 전례 없는 상황이다.
해리스 사령관이 기자회견을 하기 전날인 21일, 존 S. 매케인함(DDG-56)이 싱가포르 인근 해상에서 유조선과 충돌해 10명이 실종되고 5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해리스 사령관은 이날 “한반도 방어는 이상 없다”며 궁색한 변명만 내놓았다.
이날 언론들은 미국이 한국 방위를 재확인하는 ‘이례적인’ 합동 기자회견이라고 강조했지만, 기자는 솔직히 어이가 없고 창피하기까지 했다. 대체 우리가 국방비로 그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데, 한국군은 없는 것일까?
그 많은 세금으로 별 네 개인 대장까지 만들어 주고 한국군을 지휘하라고 했는데, 겨우 하는 일이 미군 지휘관들이 마치 자기 땅인 양 우리 영토 내에 있는 미군 군사기지에 와서 폼 잡는 기자회견에 ‘들러리’ 서는 일인가?
미군은 철통같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처했다고 밝혔지만, 이날의 회견은 전작권도 가지고 있지 못한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씁쓸한 이벤트에 불과했다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동의 없이 미군은 군사행동을 못한다”고 강조했지만, 미군 사령관들은 위압적으로 미군기지 내에서 기자회견을 감행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기자회견 후 모두 헬기를 타고 성주 사드 기지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절차에 따라 사드 배치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이들의 행동이 말하는 압박의 의미는 분명했다. 정말 우리가 우리 군 최고 지휘관들이 막강한 우리 군사시설에서 ‘자주국방’의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머나먼 남의 나라의 꿈같은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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