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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7-02 19:0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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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선  자주시보 7월 1일 서울 

우리의 각하께서 가성비 좋은 스페인 와인에 군침을 흘리고 여전히 RE100과 택소노미는 개나 줘버려, 싸고 질 좋은 한국의 원전을 열성으로 영업하는 동안 가뭄은 가뭄대로 호우는 호우대로 상처를 남겼다. 

 

단 며칠의 짧은 집중호우에도 민심과 함께 철로는 휘어지고 종로 복판의 고층 빌딩도 흔들렸다. 

 

광장에선 가성비 세계 최고를 강요당하는 한국의 노동자들이 투쟁을 준비했다. 

 

우리의 영부인이 백인보다 더 흰 낯빛으로 날마다 시간마다 돋보이고 싶어서 날개옷을 수도 없이 갈아입는 동안에도 슬픈 뉴스는 끝이 없었다. 

 

한 청년은 장례 치를 돈이 없어 돌아가신 아비를 냉장고에 넣었다. 가난하지만 선해서였든지, 가난 때문에 그랬는지, 일도 그만두고 아비를 봉양하던 그의 단칸방은 마드리드로 끌고 간 각하들의 옷가방, 술가방보다 작고 초라했을 것이다. 그에게 필요했던 장례 비용은 영부인 발목의 실처럼 가느다란 발찌보다 저렴했다.

 

제 새끼의 미래조차 믿지 않는 한 아비는 일가의 멱살을 잡고 바닷속 북망산을 향했다. 그 참을 수 없는 절망과 불신은 고작, 잘 다림질된 영부인 목에 매달린 목걸이의 반짝임. 젠장, 겨우 일이억. 잘하면 반지 하나 목걸이 하나에도 들어가는 허무한 응축이었다. 

 

종일 누군가를 미워하고픈 사람들의 욕설투성이 중얼거림과 괜한 주먹질이 사회면 기사처럼 흔하게 골목을 떠돌고 정직한 노동으로는 성공이나 훈장을 꿈꿀 수 없는 세상에서 주가조작은 차마 할 줄 몰라 일확천금 벼락 맞을 꿈에 인생을 거는 사람들. 

 

그대들이 부당하게 챙긴 지갑과 주먹을 누린다는 그 사실보다 더 큰 죄는 이토록 불온하고 절망적인 꿈을 아무렇게나 방사한 것이다.

 

그날들, 귀하들이 우리의 국격을 위해 화려한 옷깃에 장신구로 국기를 달았든 어쨌든, 우리의 국격은 마드리드 하수구에 걸쳐져 신음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세상을 포기할 수 없다. 

 

쉽게 사랑한 죄로도 죽거나 단두대에 올라야 하는 카르멘과 돈 호세의 세상은 유효하다.

 

고전의 힘은 인지상정의 힘. 

 

무책임한 개인의 치정도 사회적 책임을 면할 수 없거늘, 악의로 가득 차 더 많은 이들을 괴롭히는 탐욕스런 돈 호세와 카르멘이라면 더더욱 갈 길은 정해져 있다. 

 

플라멩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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