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로고 ‘횃불’(왼쪽)과 북한 주체사상탑(오른쪽). 인터넷 갈무리
새누리당이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고 당을 상징하는 새 로고로 선택한 ‘횃불’이 ‘종북’이라는 조롱과 비판에 직면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3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명과 당령·당헌 개정을 의결하고, 자유·도약·화합을 표현한 횃불 형태의 로고를 공개했다. 보수의 핵심 가치인 자유를 비추는 횃불 이미지와 진취적인 도약을 뜻하는 화살표 형태의 이미지, 포용과 통합의 하트 이미지를 섞었다고 소개했다.
자유한국당이 누리집에 공개한 새 로고 ‘횃불’의 의미. 인터넷 갈무리
그러나 새 로고가 공개되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북한의 ‘주체사상탑’ 모양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체사상탑은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선전하기 위해 세워진 횃불을 표현한 구조물이다. 북한 <조선중앙방송> 로고와도 비슷하다.
특히 ‘횃불’ 형태는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 회원 등이 “공산주의의 상징”이라고 공격해오던 이미지여서 되레 보수·극우세력으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게시판에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13일 ‘인명진, 제정신이냐’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그동안 많이 참아왔다. 그러나 신당 로고를 보고는 더 이상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며 자유한국당 로고와 주체사상탑을 비교하는 사진 두 장을 공개했다. 그는 “거짓의 탈을 벗어라. 붉은 정체를 드러내라” “도시산업선교회 인명진, 차라리 북으로 가라” 등의 원색적인 표현으로 인 비대위원장을 비판하며 “저게 주체사상탑을 형상화한 로고지, 민주 정당의 로고냐? 입 발린 미사여구로 포장한다고 국민과 당원이 호락호락 속을 로고냐”라고 말했다. 이어 “저런 인명진을 데리고 갖은 분란을 일으키는 정우택 원내대표도 자리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라”고 덧붙였다. 박사모 회원들은 카페에 “종북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묘사돼 애국보수 입장에서 보기가 안 좋다”거나 “당에 전화해서 로고를 변경하라고 항의하자” 등의 댓글이 빗발치고 있다. 변희재씨 등 극우 인사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로고가 ‘관제 데모’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자유총연맹의 옛 로고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 반공연맹으로 시작한 이념단체인 자유총연맹은 1989년부터 2009년까지 20여년 동안 횃불을 로고로 사용했다. 현재는 단체 마스코트로 불을 의인화한 캐릭터 ‘횃불이’를 사용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늘 종북 타령하던 당이 진짜 종북이 됐다” “북한 없으면 못 사는 당이 확실” “새 로고에 대해 어떤 반응일지 생각을 안 한 듯” 등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닭벼슬과 흡사하다”거나 “국정원 로고와 비슷하다. 국정원 동원 집단이 확실하다” 등 비꼬는 글을 올렸다.
자유한국당 쪽은 “일각에서 제기된 의도와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유덕관 조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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