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탄 시험'의 위력인가?
<분석과전망>중국역할론에 매달리는 미국, 미국책임론으로 맞서는 중국
자주통일연구소 한 성
북한의 ‘소형화된 수소탄 시험’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대립이 촉발되고 있어 흥미롭거나 주목된다. 미국이 때 아니게 중국역할론을 한껏 강조해 나서고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책임론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북한의 4차핵시험이 미중 간의 갈등과 대립을 촉발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의 중국역할론
중국역할론은 존 케리 국무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중국의 방식은 통하지 않았다. 때문에 기존의 방식을 계속해서는 안된다”. 케리 장관이 지난 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 말이다. 중국에 대해 유엔 안보리 등의 대북 제재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인상적일 정도로 강력하다.
케리 장관은 언론플레이도 놓치지 않았다.
‘2006년 이후 네 차례 채택된 안보리결의안은 효과가 없었다. 미국은 군사적 대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의 위협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저지하기 위해 벌인 노력은 실패했다’
북한의 4차핵시험이 갖는 의미와 관련, 워싱턴포스트지 7일자 사설이 정리한 내용이다. 오바마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동원시킨 수사였다.
신문은 북한 문제를 미중 양자 간 주요 현안으로 격상시켜야한다고 했다.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하는데 여기에 중국기업이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케리 장관은 14일에는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을 통해서도 중국역할론을 거듭 강조했다.
케리 장관의 중국역할론은 한국정부를 통해서도 강조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중국은 그동안 누차에 걸쳐 북핵 불용 의지를 공언해왔다”면서 “그런 강력한 의지가 실제 필요한 조치로 연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5번째, 6번째 추가 핵실험을 막을 수 없고,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안정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중국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을 한 것이다.
케리 장관의 중국역할론 강조는 촉구 차원에 머물러 있지 않다.
국무부는 18일 15~17일까지 이뤄진 토니 블링큰 부장관의 일본 방문 결과를 설명하는 보도자료에서 미한일 3국 공조를 크게 강조했다. 북한의 행동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던 블링큰 부장관의 발언도 부각시켰다. 일본과 한국에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도록 장려해야한다는 워싱턴 포스트지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었다. 한미일3각동맹에 대한 강조다.
이는 북한의 핵무력고도화를 미국이 한미일3각동맹 구축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내세워 중국에 북핵 관련 영향력을 높이라는 압박이다.
촉구차원을 뛰어넘어 압박 모양새로까지 치닫고 있는 케리 장관의 중국역할론 강조는 20일 블링큰 부장관의 방중 그리고 27일 자신의 방중으로 정점을 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껏 확인된 중국의 반응은 냉랭하다.
중국의 미국책임론
북한의 핵미사일능력 고도화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언제라도 일관적이다. 말로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행동으로는 미국이 중심이 되는 국제제재에 적절하게 동참하는 것이었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중국의 북핵3원칙에 따르는 행보들이었다.
이번 역시 다를 것이 없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8일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통화에서 “북핵 문제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중국은 일관되게 세 가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며 “이 세 가지는 상호 연결돼 있어 어느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에게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비슷하다.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바꾸려면 이전과 `차별적인' 대북 압박이 필요하다며, 중국 정부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했지만 우다웨이 대표는 `합당한' 대응이 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섰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을 대하는 중국의 입장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특기할만한 것이 확인된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접근법이 북한이 핵 능력을 더 추구하도록 몰아붙였다”
중국 `신화통신' 13일 영문 논평에 나오는 문구다. 북한 주장과 다를 것이 별로 없다. 신문은 특히, 최근 몇 년 간 미국이 ‘전쟁게임’과 ‘경제 제재’를 포함한 다양한 압박전술을 구사하면서 북한의 일부 호의적인 제안을 거부했다는 것을 비판했다.
신문은 “역사적으로 그 어떤 압박전술도 평양의 핵 야망을 제압하지 못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핵 능력 추구에 대한 결심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환구시보' 역시 비슷한 논조였다.
15일자 사설을 통해 “미국과 한국이 지난 몇 년 간 효과적인 노력을 방기하면서 북한에 군사적 위협과 무력시위를 벌여왔다”고 비판을 한 것이다.
이른바, 미국책임론이다. 중국역할론에 대척된다.
`환구시보'와 `신화통신'은 중국의 관영매체다. 중국당국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시진핑 정부가 갖는 견해와 입장을 언론들이 나서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4차핵시험이 촉발시키고 있는 미중갈등의 본질
객관적인 정세분석가들에 따르면 중국이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발휘할 수 있는 대북영향력은 극히 미미하다. 다른 것도 물론, 마찬가지다. 북중 간의 역사에서 또렷이 확인되는 것들이다.중국역할론은 애초,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중국이 북핵을 반대하는 것이 갖는 의미도 중국역할론에 의해 부풀려진 측면이 많다. 중국의 북핵입장은 공식적 핵보유국이 갖는 핵기득권의 일반적 표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접근해 확대해석을 해서는 중국역할론이 성립되는 것처럼 보이게 했던 것이다.
중국역할론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를 확대하고 강조하는 것은 특별한 정치적 의도가 작동해서다.
북한의 4차핵시험이 미국에게 한미일3각동맹 구축할 수 있게 하는 일반적 계기로 되는 것이라면 중국역할론을 부각시키는 것은 한국과 일본에게 한미일3각동맹 구축에 잘 따라오게 하는 명분을 주는 것으로 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중국역할론에 중국이 한사코 미국책임론으로 맞서는 것은 미국의 한미일3각동맹 구축에 대한 반발인 셈이다.
북한의 핵무력이 북미대결전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을 비롯해 동북아 전반적 정세의 추이를 보면 미국의 한미일3각동맹에 대한 성격은 물론 그 전망까지도 매우 또렷하게 알 수가 있게 된다.
미국의 한미일3각동맹이 북한의 핵무력 강화에서 그 계기를 찾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종국적으로는 한미일3각동맹 파탄의 결정적 동력으로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의 핵무력 강화다.
이는 형식 논리가 아니다. 미국의 의도대로 북한이 붕괴하지 않는 한 머지않아 도래하게 될 현실이다. 북한이 공식적 핵보유국으로 인정되는 순간 한미일3각동맹은 존재의 이유를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결국, 있지도 않은 중국역할론을 미국이 강조하는 것도 그리고 이에 대해 중국이 미국책임론으로 맞서는 것도 북한의 4차핵시험이 불러온 동북아정치지형의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