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유발자 윤석열
“윤석열 정부는 강력하게 응징하겠다. 사과 필요 없다. 선조치 후보고, 원점타격 하라고 우리 군에 지시했다.” -6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후보 시절부터 ‘북한 주적론’과 ‘대북 선제타격’을 외치며 북한을 적대하던 윤 대통령의 입이 최근 들어 훨씬 거칠어졌다. 북한과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망언을 꺼낸 것인데, 이 배경에는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당시 북한과의 전쟁 준비를 하려고 아주 작정한 사람처럼 보였다. 윤 대통령은 미국에 구걸하다시피 ‘핵공격 대비 연합훈련’, ‘전략무기 배치’, ‘확장 억제’를 요청했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연합훈련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한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는 점점 전쟁 위기가 격화되고 있다.
6월 21일 서울신문 보도 「北 보란 듯…공군 ‘원점 타격훈련’ 5년 만에 공개」에 따르면 윤석열 정권 들어 문재인 정부 시기 축소되거나 중단됐던 대북 적대훈련이 이미 실시됐거나 앞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먼저 문재인 정부 시기 중단됐던 한미 해군 간 항모강습단 연합훈련이 지난 6월 2일부터 사흘 동안 오키나와 동남쪽 공해상에서 재개됐다. 미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의 지휘를 중심으로 한국의 마라도함, 세종대왕함, 문무대왕함이 뒤따르는 모양새였다. 강습훈련은 함대와 전투기, 병사를 동원해 적을 불시에 습격할 것을 상정한 전쟁훈련이다.
6월 5일 한미 양국 군은 북한이 쏘아 올린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에 맞대응해 똑같이 미사일 8발을 발사했다. 한국군이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7발 쏜 가운데 북한에 ‘조건 없이 대화하자’던 미국 역시 같은 미사일 1발을 발사하며 한국의 대응을 뒷받침했다.
6월 7일 한미 양국 군은 대북 연합 공중무력 시위 비행을 벌였다. 이 훈련에서는 정밀 유도무기를 장착한 한국 공군의 F-35A, 주한 미 공군의 F-16을 비롯해 전투기 20대가 동원됐다. 한미 공군은 ‘적의 핵심 전력과 도발 원점 응징·타격’을 목표로 서해 상공에서 대대적인 공격편대군 훈련을 벌이며 북한을 자극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적 위협에 압도적으로 대응하는 비행을 했다”라며 북한을 적이라고 강조했다.
6월 20~24일에는 한국군이 단독으로 소링 이글(Soaring Eagle) 훈련을 벌였다. 한국 공군에 따르면 스텔스 전투기 F-35A를 비롯해 F-15K, F-16, KF-16, FA-50, F-4E, F-5 등 항공전력 70여 대와 임무 요원 200여 명이 참가했다.
그런가 하면 올 하반기에는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 퍼시픽 드래건(Pacific Dragon), 피치블랙(Pitch Black), 퍼시픽 뱅가드(Pacific Vanguard) 등 한미일이 함께하는 전쟁훈련도 줄줄이 잡혀 있다. 해당 훈련에서 한국군은 해상자위대가 파견하는 경항모 이즈모, 헬기호위함 등과 보조를 맞추게 된다. 110대 국정과제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구실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공언한 윤석열 정권의 구상이 속속 현실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앞서 6월 11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마치고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해서는 포괄적 수준에서 논의했다”라면서 “미사일 경보훈련이나 탄도탄 추적·감시(훈련)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6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는 미국이 하와이 근처 바다에서 주관하는 2022 림팩 훈련이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된다. 한국에서는 이 훈련에 마라도함, 세종대왕함, 문무대왕함뿐만 아니라 신돌석함, 해상초계기 1대, 해상작전헬기 2대와 함께 병력 1,000여 명을 보낼 예정이다.
올 8월 1~15일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한미일 연합훈련 퍼시픽 드래건이 실시된다.
뒤이어 올 8월 중순~9월 중순에는 한국 공군이 호주 다윈·앰블리 기지에서 실시되는 다국적 연합훈련 피치블랙에 참가한다. 한국 공군은 이 훈련에 KF-16 전투기 6대,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1대를 보낼 계획이다.
8월 이후에는 한국군이 미국·호주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와 함께하는 연합훈련 퍼시픽 뱅가드가 예정돼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군은 올 11월 미국 해병대와 필리핀 해병대 등이 벌이는 다국적 연합해상훈련 카만닥(KAMANDAG)에 처음으로 참가한다. 이 훈련에도 어김없이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하반기부터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던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이 실전 훈련으로 전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윤석열 정권에서는 북한을 적대해 위기를 높이는 전쟁훈련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대강으로 치닫는 윤석열…이대로면 정말 전쟁 난다
현재 한반도는 북한과 한·미가 군사적 충돌로 빠르게 나아가는 강대강 국면이다. 윤석열 정권이 미국과 일본 편에서 북한을 적대하는 가운데 전쟁은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월 8~10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 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통해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강조했다.
이후 6월 15일 재일 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남조선의 신임 대통령은 국방백서에서 ‘북은 주적’이라고 명기하겠다고 하지만 오늘의 정세 하에서 사소한 오판과 상대를 자극하는 언동도 위험천만한 충돌로 번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돌이켜보면 우크라이나에서 진짜로 전쟁이 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젤렌스키가 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등 미국에 붙어 대러 강경정책을 밀어붙인 끝에 결국 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한 나라의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이 국민, 민생에 참혹한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와 한국의 상황은 닮아있다. 괜히 윤 대통령에게 ‘한국의 젤렌스키’라는 별명이 뒤따르는 게 아니다.
실제로 윤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윤석열 때문에 전쟁 난다’라는 우려가 끊이질 않는다.
지난 1월 22일(미국 현지시간) 최승환 일리노이 주립대 교수는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글에서 윤 대통령과 관련해 “아마추어 리더십을 갖고 있고 모 아니면 도라는 사고를 보여 왔기 때문에 그의 외교정책은 아마도 한반도에 예기치 못한 우발상황이 닥쳤을 때 대립적이고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3월 10일(영국 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윤석열: 남한의 트럼프, 북한과의 긴장 악화시킬까?」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이 보도에서는 ‘(한국의 새 정권이) 외교적 관여의 진전을 더욱 감소시킬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정치 경험도 없이 최고 권좌에 올랐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유사하다’는 외국 전문가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뒤 국내에서도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5월 30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YTN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 임기 중 전쟁이 날 수도 있다”라고 했다.
6월 15일 6.15공동선언실천 경남본부는 “윤석열 정부는 출발부터 북을 적으로 규정하고 선제타격과 같은 위험천만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라며 “확장억제와 전략자산 전개, 한미군사연습의 확대는 남북대화의 입구 자체를 막는 일일 뿐 아니라 군사적 충돌, 전쟁위기를 부르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6월 16일 통일운동단체 부산 겨레하나는 “미국은 대북 적대정책, 대중국 봉쇄전략 최선두에 한미일 군사동맹을 내세우려고 한다”라며 “일본 정부는 이에 편승해 전쟁국가로 본격 나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이런 외교정책은 한반도를 전장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6월 19일 민주노총, 전농, 전여농, 빈민해방실천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각계 진보단체가 모인 전국민중행동은 “반평화 윤석열 정부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자”라면서 “이 땅의 분단과 전쟁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패권 이익을 실현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강대국들의 부당한 패권정책, 이를 추종하며 주권을 포기하는 윤석열 정부의 움직임을 반드시 저지해 나가자”라고 강조했다.
6월 22일 자주민주평화통일 민족위원회(민족위)는 논평에서 “우리는 이미 우크라이나가 맹목적으로 미국의 대러시아 적대시 행보에 동참하다 전쟁의 참화를 겪는 것을 보았다”라며 “한미일 삼각동맹은 미국과 일본이 한국을 돌격대로 내세워 자신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라고 성토했다.
마지막으로 ‘같은 민족인 북한을 제대로 알아야 평화와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해온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말을 곰곰이 되새겨볼 만하다.
김동엽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6월 15일 6.15공동선언 22주년을 맞아 민화협이 주최한 통일정책포럼에서 현 위기와 관련해 “안락의자에 편하게 앉아 말로만 떠드는 위정자, 북한 전문가, 언론들 때문”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결국 위기와 위험은 오로지 우리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강조하건대 윤 대통령 역시 김 교수가 말한 ‘말로만 떠드는 위정자’에 속하는 듯하다. 이대로는 한반도의 전쟁, 안보 위기가 끊임없이 번져갈 뿐이다. 윤 대통령이 몽니를 부리는 한반도는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비상국면, 그야말로 폭풍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