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1. 북한 시정연설을 바라보는 각계 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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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11-04 15:45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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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남북관계 개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1. 북한 시정연설을 바라보는 각계 반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밝힌 종전선언의 조건
지난 9월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를 통해 시정연설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당면투쟁방향에 대하여>를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시정연설에서 아래와 같이 밝혔다.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한 요구이며 이것은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기 위해서도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위 발언은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을 적대하는 미국산 첨단무기 반입, 한미연합훈련 등을 중단해야 종전선언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대북적대정책을 놓지 않으면서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남측의 이중적 태도가 문제라는 얘기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연설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10월 11일, 김정은 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3대혁명기념관에서 개최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잇달아 위 같은 구상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은 북한 사회에서 전 국가와 당이 시행해야 하는 강령이자 과업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은 정치, 군사 양 측면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희망한다는 진정성을 직접 호소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조선노동당 창건 76주년을 기념하는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관련한 언급이 나왔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연설은 가히 ‘통큰 파격’이라 평가할 만하다.
연설을 바라보는 국내 반향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연설 이후 국내 각계에서는 여러 반응이 나온다. 먼저 김정은 위원장 주도로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을 재복원하면서 ‘조만간 다시 남북관계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내년 2월에 치러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깜짝 종전선언’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정부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대북적대정책을 거두지 않는 남측에 반성과 실천을 촉구하는 비판 여론이 높다.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을 적대하는 군사적 움직임을 거두지 않는 상황 속, ‘알맹이 빠진 종전선언’이 대체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 어떤 목소리가 나왔는지부터 함께 살펴보자.
지난 10월 2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6.15공동선언실천 해외측위원회는 ‘9월 평양공동선언 3년, 10.4선언 14년 기념대회’를 열고 공동결의문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서로에 대한 적대적 언사를 즉각 중단하고, 남북 군사분야 합의에 따라 긴장해소와 신뢰구축을 위해 공정한 기준을 세우고 이행해야 한다. 대화의 입구가 될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과 도를 넘은 무력증강의 중단을 결단해야 한다.”
또 이창복 6.15 남측위 상임대표의장은 “우리 정부가 먼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전격 선언하고 대결적 군비증강을 멈춘다면, 더불어 반인도적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 5.24조치 해제, 개성공단 재개 등 우리가 먼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단행한다면 대화는 다시 열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강조했다.
6.15 남측위, 해외측위의 이런 입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과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을 “(남북)관계 회복의 새로운 씨앗”이라고 진단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여기에 더해 두 위원회는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가 개척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에 따라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갑시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은미 6.15 남측위 울산본부장은 “결국 공은 다시 문재인 정부에 넘어왔다. 2018년 판문점선언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남북선언들(6.15, 10.4 선언)처럼 만들지 않겠다’고 비장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던 것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6.15 남측위 울산본부의 이런 입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지역 단위에서 따로 기고문을 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것인데, 그만큼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간절한 여론이 돋보인다.
지난 10월 5일,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자위-2021 연설을 평가하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북 입장에서 연일 ‘조건 없는 대화’를 읊어대는 미국이나 여전히 중재자의 환상과 북이 어차피 먼저 변하고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란 근거 없는 희망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쪽이 던진 공을 반사, 다시 넘길 필요가 있다.”
“향후 북이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 등 군사행동 여부에 따라 진정성을 볼 것이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의 진정성, 언행일치부터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남북관계 디딤돌이든 노둣돌이든 말로만 기대하지 말고 실제 뭐라도 가져다 놓는 용기를 보였으면 한다.”
김동엽 교수의 말에는 종전선언을 외치면서 정작 행동에 나서지 않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엿보인다. 김동엽 교수는 지난 시정연설 평가에 이어, 자위-2021 평가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에 진정성 있게 나서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0월 29일,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교수는 칼럼 <적대관계를 ‘리셋’하라>에서 “남도 북도 미국도 적대관계를 리셋(초기화·재작동)하기 위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라며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졌다.
“대한민국이 개발하고 있는 무기체계가 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고 선언을 하면 북에서는 안심을 할까?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북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발표하면 이제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할 사람이 북에 몇 명이나 될까? 적대 의사가 없다고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이 발언하면 이제 평화가 왔다고 믿을 사람이 북에 있을까?”
서재정 교수는 “영국은 냉전 시기 550기가 넘는 핵탄두를 보유했지만 미국은 이를 위협으로 여기지 않았다. 1952년 핵무기 시험을 시작으로 45회에 걸쳐 핵시험을 했지만 이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았다”라며 유독 북한을 적대하는 미국의 이중기준을 날카롭게 꼬집기도 했다.
다음 포털이 제공하는 관련 기사에선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을 긍정하는 댓글도 살펴볼 수 있다. 시정연설과 관련해선 아래와 같은 누리꾼들의 반응이 눈길을 잡아끈다.
“종전에 비하여 상당히 유화적으로 언급한 김정은 위원장의 태도 변화에 유의하면서 외세의 간섭만 떨어낸다면 남북 간의 교류가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때 우리도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방향과 변화된 발상으로 대북 접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길 바랍니다.”
“이 말씀을 앞으로 계속 실천(하기) 바라며 우리 한민족은 오랜 역사 속 한 민족, 형제입니다. 꼭 통일을 바랍니다.”
“제발 대결 그만하고 상생하고 상호번영하자. 대륙 국가에 붙은 섬나라 생활 지겹다. 유럽처럼 부산에서 마드리드. 스톡홀름까지 걸어가 보자.”
자위-2021 연설과 관련해선 이런 댓글이 올라왔다.
“주적은 전쟁. 전쟁하지 말자는 뜻이면 표현이 굉장히 격조 있다.”
“계속 우리 국토(독도)에 도발은 일본이 해대는데 주적은 북한이라며 국감 증인들에게 ‘우리 주적이 어디냐’고 대답을 강요해대던 인간들... 강대국들에 의해 분할되어 있지만 (북한은) 역사를 관통하여 왜적이 쳐들어올 때 목숨걸고 우리강산을 지켜냈던, 그리고 같이 지켜갈 한겨레다.”
이처럼 국내 각계에서는 시정연설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잘 풀리길 바라면서, 그 계기는 문재인 정부가 먼저 행동에 나서는 것에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약속한 대로 한반도에서 서로를 적대하는 무력 행위,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때라는 것이다.
연설을 바라보는 해외 반향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연설을 바라보는 해외의 여론은 어떨까?
먼저 일본 최대 포털 야후재팬에서 보이는 ‘뜻밖의’ 댓글 반응이 눈에 띈다. 야후재팬이 그동안 일본 제일가는 반북·혐한 여론의 거점이었다는 점에서 일본인들의 인식 변화가 주목된다.
다음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 시정연설, 자위-2021 연설과 관련한 기사에 올라온 일본 누리꾼들의 댓글 반응이다.
“뭐 (한반도 위기의) 근본 원인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대리전쟁을 한 것이지 않을까. 또 자위를 위해서 핵무기를 가진 전략 자체는 북 시점에서 봐야 타당하지 않을까. 통상병력으로 대응하려고 하면 지금과 비교할 수도 없는 돈이 필요하니까.”
“북한에 (핵무기를) ‘가지지 마 만들지 마 시험하지 마’ 할 게 아니라 ‘나도 버릴 테니까 너도 버려라. 하나씩 버리면 나도 하나씩 버릴게. 아니 동시에 하나 둘 하고 하나씩 버리자!’ (방법이) 이것밖에 없잖아. 이런 간단명료한 걸 모르면서 어려운 말만 하지 말라고.” -지난 10월 12일, 일본 민영방송 뉴스네트워크(NNN) 보도 <김정은 위원장 “조선반도의 불안정함은 미국이 근원”>에 달린 댓글 반응.
“(김정은 위원장은) ‘강력한 자위력이 없이 당과 정부의 대내외정책들의 성과적 추진을 기대할 수 없으며 나라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생각할 수 없다’라며 ‘먼저 강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강해지는 건 일본으로선 곤란하지만, 한 측면으로는 맞는 말이네.”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과 미국이 아니다’ (라고 한 김정은 위원장의) 진의는 모르겠고 나 스스로 어떤 의도도 없지만 엄청 좋은 말이잖아!” -지난 10월 13일, 한겨레신문 일본어판 보도 <“주적은 전쟁 그 자체, 남조선과 미국이 아니다” 김정은식 평화선언, 그 의미는?>에 달린 댓글 반응.
야후재팬의 여론은 지금까지는 주로 혐한·반북 여론에 기울어져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위 같은 긍정적인 여론이 퍼지기 시작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북한과 ‘사회주의 혈맹’을 강조하고 나선 중국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을 지지하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10월 28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베이징에서 리룡남 주중 북한 대사와 만났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리룡남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북중 고위급 교류 유지 ▲전략적 협조 강화를 강조했다.
또한 양제츠 정치국원은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양국 최고지도자의 전략적인 인도 아래 새로운 시기에 접어들었다”라면서 “양측은 조선반도(한반도) 사무를 비롯한 공동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과 협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위 만남은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연설 이후 성사된 고위급 인사들 간의 첫 만남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이 북한의 한반도 전략에 적극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에 ‘폭풍’이 아니라 ‘훈풍’이 불려면
앞서 살펴봤듯 국내외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연설에 호응하는 여론이 있다.
이쯤에서 그동안 ‘북미관계의 중재자, 북미관계의 촉진자’를 앞세워온 문재인 정부의 지난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정상이 판문점선언에서 “민족 공조”를 강조한 것과 달리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지난 8월, 국회 안팎에서 나온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판문점선언 비준 촉구’ 목소리에도 문재인 정부는 눈을 감았다. 어쩌면 이런 안일한 태도가 문재인 정부가 대북적대정책을 놓지 않는 미국에 ‘찰떡 공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남북관계 개선은 그야말로 완전히 물 건너가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이런 지적을 정말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내에서는 국힘당을 중심으로 남북관계 방해에 분주하다. 현 대표인 이준석과 전 원내대표인 나경원은 미국에 가 여러 인사들과 접촉하며 ‘남북관계 개선 반대’를 외쳤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유력 대선 후보인 홍준표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9.19 남북군사분야 합의를 폐기하겠다고 했다. 시대를 역행하는 남북관계 파탄·대북적대정책을 ‘1번 공약’으로 내건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결정해야 한다. 미국이 뒤에 있는 반북·적폐세력에 마냥 휘둘릴지, 아니면 남북 합의에 따라 대담하게 용기를 낼지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평화, 번영, 통일의 한길로 뚝심 있게 나아간다면 진정한 의미의 종전선언도 머잖아 가능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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