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낮게 봤다. “모든 옵션을 준비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호령이 떨어졌지만 현실은 군사행동을 할 만큼 그리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무부 등 행정부에서 정책에 관여한 경험이 있을수록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가로젓는 전문가가 많았다.
미국 내 전문가 6인에게 물어보니 ICBM 위협 현실화가 ‘레드 라인’ 동맹국과 협의 뒤에 최후수단 쓸 것 트럼프·시진핑, 비밀 합의했을 수도 한국 신정부, 빨리 남북 대화 열어야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후 미국이 강공 모드로 전환할 것이란 일반적 예측과는 달리 “회담의 진짜 중요한 메시지는 ‘북한 정권교체가 목표가 아니다’고 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정상회담 후 발언”(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이란 지적도 있었다. 의외로 사태가 협상으로 진전될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와 시 주석이 북한 문제를 토론한 뒤 그 내용을 비밀로 하기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조너선 폴락 브루킹스 선임연구원)는 견해도 있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 재단 대표는 “새롭게 탄생할 한국의 신정부는 조속히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북한과의 대화 통로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트럼프, 진짜 대북 타격할까=6명의 전문가 중 5명은 “그럴 수 없을 것” 내지는 “군사행동은 극단적 상황에서의 최후 수단”이란 견해를 제시했다. 지난달 북·미 간 민관 회담(1.5트랙)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트럼프가 말하는 ‘모든(full range) 옵션’은 군사행동을 포함하지만 리스트에 올리는 것과 실제로 (행동을) 추구하는 것과는 매우 다를 뿐 아니라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옵션들이 다 소진되고 ▶미국이 동맹국들과 협의한 결과 ‘상황이 너무 즉각적이고 위협적이어서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라고 판단한 경우에만 군사행동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들이 ‘극단적 최후 수단’이라고 언급한 이면엔 미국이 물러설 수 없는 ‘레드라인(red line)’으로 여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위협이 현실화되는 순간 ‘즉각적 대응수단’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국무부에서 27년 근무한 앨런 롬버그(전 국무부 부차관보) 스팀슨센터 실장은 “‘선제공격을 위한 선제공격’은 옵션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반도 군사전략 권위자인 폴락 연구원은 “북한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처럼)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무력을 사용할지 심사숙고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다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공격적 행동 가능성은 10~20%로 낮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공중 요격하는 식의 방어적 행동 가능성은 70%가량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항모 칼빈슨함의 한반도 이동도 공격용이라기보다는 방어용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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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되는 다음 수순은=미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결국 세컨더리 제재를 포함한 미국 단독의 옵션을 선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한반도 팀장을 맡기도 했던 자누지 대표는 “트럼프는 아직 북한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며 “트럼프도 결국 북한에 압박을 가하며 ‘긴 시합(long game)’을 이끈 오바마와 같은 길을 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베넷 연구원은 “세컨더리 제재를 하지 않는 이상 북·중 교역을 끊을 길은 없다”며 “그러나 미국이 세컨더리 제재에 나서는 순간 중국은 미국에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옵션에 대해선 부정적 관측이 많았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하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정당성을 주게 되며 미국의 전술핵무기 자체가 북한 미사일의 타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