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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기습배치야말로 ‘코리아 패싱’, 한국은 안중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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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4-27 20:4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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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기습배치야말로 코리아 패싱’, 한국은 안중에도 없다

 

박근혜 탄핵당하자 대선 전 사드 뿌리 박기나선 미국... 김종대 정치권이 밥상 차려줘

김원식 전문기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를 트레일러와 미군차량들이 26일 오전 경상북도 경부고속도로 성주요금소를 통과해 성주골프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를 트레일러와 미군차량들이 26일 오전 경상북도 경부고속도로 성주요금소를 통과해 성주골프장으로 향하고 있다.ⓒ참여연대 제공

 

지난 25일 밤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아느냐"고 물었다. 유 후보는 "트럼프가 이 중요한 (한반도) 문제를 얘기하면서 아베, 시진핑과 통화하면서 황교안과는 전화 한 통 안 한다"'코리아 패싱'의 의미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물론 '코리아 패싱'이라는 영어 단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인들도 이 말의 의미만 조금 설명하면 무슨 뜻인지 이해한다. 한반도 문제에서 실질적인 당사자인 한국은 '통과(pass)'되듯이 배제된다는 의미다.

 

유 후보가 '코리아 패싱'을 들고나온 것은 사드를 반대하면 한미동맹이 깨지는 데, 어떻게 '코리아 패싱'을 막을 수 있느냐는 자기주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100% 틀렸다. 한국은 이미 사드 도입을 결정하면서 자동으로 '코리아 패싱'된 것을 유 후보가 모르고 있을 따름이다.

 

유 후보가 그 발언을 하고 있을 시간에 이미 한국의 각 미군기지에 보관되었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들은 속속 성주 골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을 틈타 성주 군민들의 거센 저항에도 기습적인 반입을 통해 배치를 완료했다. '코리아 패싱'의 결정판을 이룬 셈이다. 유 후보의 말이 맞다면, 이제 사드 배치도 끝났으니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코리아 패싱'도 끝날 것이다. 과연 그럴까?

 

2013년엔 잠잠하다 이제 와서 북한 미사일 위협 강조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미국이 중국 그리고 더 나아가 러시아를 동북아에서 견제하려고 자신들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강화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직도 미군의 사드가 북한 미사일 공격 방어용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마저도 사드의 기습 배치를 "북한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에 따른 위협"이라고 그 이유를 내세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미국은 지난 2013년에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에 나서자, 한국으로부터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자국령인 괌에 사드를 신속 배치했다. 그해에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괌까지 날아갈 능력을 확보했는데, 그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한국에는 그때 왜 사드를 배치하지 않았을까? 그 당시 박근혜 정부와 미국 사이의 한미동맹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2013년도에도 한국 국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해서 배치를 못 했을까?

 

3만 명이 넘는 주한미군과 30만 명이 넘는다는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들은 2013년에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서 안전했을까? 아니면 이미 수천 킬로미터의 타격 능력을 보유한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거꾸로 고도화되어 이제야 수백 킬로미터를 타격할 능력을 확보했단 말인가? 이래도 사드를 북한 미사일 방어용이라고 할 것인가?

 

미국은 북한 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에 다다르자,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겠다고 나섰다. 타격할 수 있는 사드 발사대가 문제가 아니라, 중국이나 혹은 북한에서 미 본토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을 이중 삼중으로 탐지할 수 있는 사드 레이더'가 핵심이라는 사실은 이제 유치원생도 알 것이다.

 

사드 발사대와 함께 배치되는 사드 레이더 모습

사드 발사대와 함께 배치되는 사드 레이더 모습ⓒ레이시온사 공개 사진

한미 동맹의 사드 배치 결정이 '코리아 패싱'의 시작

최순실 스캔들 발생하자 '비상' 걸린 미국, "사드 조기 배치" 결론

 

그래서 미국은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강력한 부상을 견제해야 하는 자신들의 속내는 숨기고 말 잘 듣는 박근혜 정부를 끌어들여 '동맹 결정(alliance decision)'이라는 이름으로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한반도 배치를 기정사실로 했다. 거기에서 이미 '코리아 패싱'이 시작된 것이다. 최소한 박근혜 정부의 임기 말이 되는 올해 말까지 사드 배치를 완료하면 끝나는 문제였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바로 최순실 스캔들이 지난해 1024, JTBC의 보도로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이다.

 

당시 탄핵까지는 아니더라도 임기 말의 레임덕(권력 누수)이 심각할 수 있다고 판단한 미국 측에서 즉각 답을 내놨다. 지난해 114,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앞으로 8~10개월 안에 사드 포대가 한국에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말이 아니라, 늦어도 올해 8월 안에는 배치를 완료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왜 그랬을까? 한국이 대선 국면에 접어들어 사드 찬반 이슈가 본격화하기 전에 뿌리를 박겠다는 내심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 상황은 또 돌변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당하고 한국에는 권력 공백과 함께 조기 대선이 몰아쳤다. 사드 일부 장비가 지난 36, 야밤을 틈타 미군 오산기지에 전격적으로 전개된 이유이다. 그리고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자, 지난 26일 야밤을 틈타 성주 골프장으로 기습적으로 전개해 배치를 완료한 것이다. 이쯤 되면 기습 전개는 물론 배치된 사드를 즉시 가동하겠다는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 사령관의 27일 발언은 하나도 놀라운 것이 아니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기 전에 사드 '알박기'가 아니라 아예 '뿌리 박기'를 해놓겠다는 의도이다. 미국은 한국의 대선 상황이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오직 대중국 견제를 위한 자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한국 배치가 관심의 핵심이다. '동맹 결정'이라는 이름으로 '코리아는 패싱'하라고 도장까지 찍어줬는데, 미국만 탓하는 것이 어쩌면 더욱 우둔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보수 정권이 선거에 이용하려고 사드 조기 배치를 더 요구했을 수도 있지만, 미국의 관심은 오직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한국 배치일 뿐이다.

 

군사전문가인 정의당의 김종대 의원은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국 측의 사드 기습 배치에 관해 "미국 입장에서는 대선이 끝나면 불확실성이 커지니, 빨리 기정사실로 하려는 것으로 어찌 보면 놀랄 일도 아니"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당은 말 바꾸고, 더불어민주당은 모호하고, 이러한 밥상을 차려주는데 안 먹을 바보가 있느냐"며 두 정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 의원은 "미 군부 강경 매파들이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미국에서 (한국 대선 후로 미루자고) 누가 관여해도 미 군부 세력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라며 "군사 관료주의의 관성이 이번 사드 기습 배치에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놓고 중국과 사이가 다소 좋아지는 시기에, 미국이 기습 배치를 감행한 것은 아무래도 '실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번 기회에 사드를 확 밀어붙여서 중국에도 사드 배치 현실을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상황이 상당히 복잡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7, 익명을 요구한 워싱턴의 한 외교 전문가는 미국의 사드 한국 기습 배치에 관해 "미국이 북한이라는 좋은 명분(prey)을 가지고 있는데, 사드 한국 배치를 감행할 것은 예전부터 예상되었던 일이 아니냐"며 반문했다. 그는 "미국의 사드 한국 신속 배치를 단지 북한 압박용으로 봐서는 안 된다""한반도 문제는 물론 남중국해 문제 등 동북아시아에서 미중 간의 힘겨루기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모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향후 대응 방식도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원식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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