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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75] 전쟁으로 치닫는 한,미,일 삼각동맹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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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11-14 16:3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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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75]  전쟁으로 치닫는 한·미·일 삼각동맹 ②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11월 14일 서울  

(이어서)

 

2) 동맹국에 희생을 강요하기 위해

 

미국은 전쟁으로 무너지는 자기 패권을 복원하려 한다. 그런데 미국 혼자 힘으로 패권을 복원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미국이 손쉽게 생각한 게 동맹국을 약탈하는 것이다. 전쟁에 동맹국의 군대를 동원하고 전쟁 비용 분담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금융 거래나 무역 거래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도 수탈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식민지를 약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평소에 동맹국이 미국을 위해 순순히 자기 국익을 내주지는 않는다. 미국엔 동맹국을 압박할 수단이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압박 수단은 바로 전쟁이다. 

 

가. 플라자 합의

 

미국이 국익을 위해 동맹국을 약탈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대표적으로 1985년 플라자 합의를 들 수 있다. 

 

1980년대 초 미국은 높은 물가 상승을 억누르기 위해 금리를 두 자리로 유지하는 고금리 정책을 폈다. 높은 금리를 노리고 전 세계 여유 자금이 미국에 몰렸고 미국의 달러 가치가 치솟았다. 달러 가치가 높으면 수출에 불리하다. 당시 달러가 약 50% 평가절상한 상태였는데 쉽게 말해 1,000만 원에 수입했던 미국차를 이제는 1,500만 원에 수입해야 하는 셈이었다. 

 

미국은 고금리로 물가를 잡았지만 그 부작용으로 무역 적자가 생겼다. 특히 미국 자동차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미국차가 빠진 공간을 일본차가 채웠다. 일자리를 잃은 미국 노동자들은 일본차를 부수며 시위했다. 

 

그렇다고 섣불리 금리를 낮추면 다시 물가가 오를 수도 있고 미국에 몰렸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금융업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다. 미국 정부는 금리는 유지하면서 달러 가치만 낮출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가 플라자 합의다.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 G5, 즉 미국, 영국, 독일(당시는 서독), 프랑스, 일본의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가 모였다. 미국의 묘책은 단순했다. 그냥 강제로 독일 마르크화와 일본 엔화 가치를 높이고 달러화 가치를 내리는 것이었다. 당연히 독일과 일본은 반대했다. 미국 의회는 보복관세 법안을 준비했다. 그리고 미 재무부 장관은 일본이 엔화 절상 카드를 받으면 미 의회의 보복관세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두 나라는 무릎을 꿇었다. 

 

▲ 플라자 호텔. 1988년 도널드 트럼프가 구입하기도 했다.  

 

회담 직후 1달러가 235엔에서 215엔으로 떨어졌다. 3년 후에는 달러 가치가 거의 반으로 떨어져 120엔 대가 되었다. 

 

처음에 일본은 호황을 누리는 듯했다. 미국 제품을 싸게 수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인의 소비가 폭증했다. 일본은 아예 미국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1989년 미쓰비시는 미국 록펠러센터를 인수했다. ‘도쿄를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는 말까지 돌았다. 세계 부자 10위 안에 일본인이 8명이나 들어갔고, 시가 총액 10위 기업 중 7곳이 일본 기업이었다.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도 연일 치솟았다. 일본 주식을 대표하는 닛케이 지수는 3년 동안 3배, 부동산은 1년에 70%씩 폭등했다. 약 5년가량 계속 오르니 처음에 ‘거품’ 아니냐며 경계하던 사람들조차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를 했다. 일본인들은 일단 빚을 내서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면 시간이 지나 가격이 폭등하니 그걸 담보로 빚을 내서 더 투자하였다. 빚이 점점 늘어갔지만 사람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언제든 가격이 오른 주식이나 부동산을 처분하면 빚을 갚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성실히 일해서 월급 받아 사는 사람만 바보가 됐다. ‘재테크’라는 말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일본의 거품은 오래 가지 못했다. 미국 물건을 싸게 수입할 수 있으니 소비하기는 좋았지만 수출경쟁력이 추락한 일본 기업은 골병이 들었다. 1990년 부동산 거품을 우려한 일본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거품 붕괴를 촉발해 부동산이 폭락하고 금융 시장도 얼어붙었다. 금융 회사가 연쇄 도산하고 대기업들도 무너졌다. 이른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된 것이다. 

 

▲ 1985년부터 1990년까지 미친듯이 치솟던 주가(닛케이 지수)가 1990년을 지나면서 폭락해 20년 넘게 회복을 못 했다.  © investing.com

 

미국이 수출을 늘리려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에 환율 조정을 강요한 결과 일본 경제는 철저히 무너져 30년이 지나도록 회복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미국이 동맹국을 대하는 모습이다. 

 

나. 우크라이나 전쟁

 

현재 진행 중인 동맹 약탈 사례도 살펴보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은 동맹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직격탄을 맞은 게 유럽이다. 그리고 미국 가스 산업은 횡재를 했다. 즉,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유럽을 약탈하는 결정적인 명분이 되었다. 

 

그동안 세계 에너지 시장은 크게 미국, 러시아, 중동이 생산하고 미국, 유럽, 아시아가 소비하는 구조였다. 미국은 생산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해 중동에서 에너지를 수입했고, 유럽은 러시아에서, 아시아는 중동에서 에너지를 수입했다. 

 

그러다가 2010년대 셰일 가스 혁명으로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력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미국은 중동에서 더 이상 에너지를 수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나아가 중동보다 더 싼 가격으로 아시아에 에너지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출길이 줄어든 중동은 유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그러자 유럽에 에너지를 수출하던 러시아가 아시아에도 가스관을 뻗치며 살길을 찾았다. 세계 에너지 시장이 크게 요동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 정도로 만족하지 않고 유럽에 러시아 천연가스 대신 자신의 셰일 가스를 수입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유럽이 구입하는 러시아의 천연가스는 대단히 싼 가격이라서 굳이 값비싼 미국 가스를 수입할 필요가 없었다. 2023년 3월 기준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킬로와트시 당 0.0551달러, 러시아는 0.0071달러로 미국 가스가 7~8배나 비싸다. (국가별 천연가스 가격은 영문위키 기준이다. 다만 석유와 달리 천연가스는 실제 수출입을 할 때 여러 복잡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가격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

 

게다가 러시아는 바로 옆에서 기존의 수송관으로 공급하지만 미국은 일단 천연가스를 액화한 다음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으로 대서양을 건너야 하며 유럽에 LNG 터미널(하역 설비 및 저장 탱크)도 만들어야 한다. 

 

유럽에 셰일 가스를 판매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결정적인 성과를 냈다. 전쟁은 미국이 러시아를 악마화하여 대러 제재를 전 세계에 강요할 수 있는 명분이 되었다.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은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2년 사이에 거의 4분의 1이 되었다. 반면 미국의 셰일 가스를 포함한 LNG 수입 비중은 두 배 이상 늘었다.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의 천연가스 시장에서 미국의 셰일 가스가 러시아 천연가스를 몰아내는 전쟁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유럽인들은 극심한 에너지난을 겪었으며 지금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미국이 나토의 동진 정책을 강행하고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난다고 계속 떠들면서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추긴 결과 미국 셰일 가스 기업이 유럽인을 약탈한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미국이 유럽에 셰일 가스를 강매할 수 있었던 배경에 전쟁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전쟁은 매우 파괴적이고 극단적이기 때문에 평소에 먹히지 않는 요구도 먹힐 수 있다. 특히 미국의 패권이 지속해서 추락해 제삼세계 국가들조차 공공연히 미국에 반기를 드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을 약탈하려면 전쟁 같은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쟁은 언젠가는 끝나기 때문에 미국은 계속 새로운 전쟁을 준비해야만 한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준비하는 목적이 여기에 있다. 

 

3) 신통치 않은 미국의 전황

 

가.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빼고 싶은 미국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벌써 20개월이 넘었다. 초반에는 언론이 연일 우크라이나군이 승승장구한다는 보도만 해서 많은 이들이 러시아가 괜히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가 고전을 면치 못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구 언론 보도가 완전히 엉터리라는 게 하나둘씩 드러났다. 지금은 누구도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그간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나라들도 하나둘 등을 돌리고 있으며 이제 남은 나라는 한국 외에 없는 듯하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이냐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은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를 비롯해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을 되찾기 전에는 전쟁을 끝낼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아마도 이대로 전쟁을 끝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광활한 영토를 빼앗긴 지도자로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두고두고 저주받을 것이다. 그러니 젤렌스키 대통령은 죽으나 사나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전에 휴전은 없다’고 외치는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이런 목표를 달성할 능력은 전혀 없다. 나토를 중심으로 미국의 동맹국이 모두 나서서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애당초 미국을 비롯한 나토와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합쳐도 러시아에 미치지 못한 게 근본 원인이다. 

 

우크라이나를 부추기고 분위기를 조성해 전쟁을 유도했던 미국 처지에서 우크라이나를 모른 척할 수는 없어서 일단 지원은 계속하지만 더 이상 의미 없는 지원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고민일 것이다. 게다가 이대로 전쟁이 참패로 끝나면 미국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 분명하기에 적절한 명분을 대고 전쟁에서 발을 빼 패전의 책임을 젤렌스키 정권에 떠넘기는 게 미국엔 최선이다. 

 

이런 시점에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이 터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동 전쟁에 세계인의 관심을 빼앗겼다”라며 울상이지만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을 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겼다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만약 팔-이 전쟁이 없었다면 세계 언론의 관심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계속 집중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는 상황을 도저히 숨길 수 없게 된다. 또 우크라이나의 심각한 부정부패 상황도 널리 퍼져나갈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맞서 선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묻혀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우크라이나 부정부패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전쟁 중임에도 국방부의 군납 비리가 심각한 수준이라 올해 초 뱌체슬라프 샤포발로프 국방부 차관이 사임한 데 이어 9월에는 올렉시 레즈니코프 국방부 장관도 해임됐다. 2주 후에는 국방부 차관 6명이 모두 해임됐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올 한해에만 약 1조 3천억 원어치의 무기가 계약서에 명시된 인도 날짜를 지키지 않았고 무기 구입을 위한 선금 일부가 중개인의 국외 계좌로 사라졌다고 한다. 항간에는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가 암시장에 풀려 하마스까지 흘러 들어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군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지난 5월 우크라이나 대법원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됐고, 경제부 차관이 인도적 지원 기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선거 캠페인을 지원했던 우크라이나 최고 부자 이호르 콜로모이스키는 사기와 돈세탁 혐의로 체포됐다. 

 

부정부패의 정점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있다. 니콜라이 아자로프 우크라이나 전 총리는 9월 15일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집권 여당 ‘국민의 종’이 예산 대부분을 오래된 저질 탄약을 금값에 사들이는 데 사용하여 3조 6천억 원 이상을 빼돌렸다”라고 주장했다. 세이무어 허쉬 미국 기자도 4월에 ‘젤렌스키와 측근들이 우크라이나가 받은 지원금 가운데 최소 5천억 원을 착복했다’고 폭로했다. 또 여론조사 결과 우크라이나 국민의 78%가 부패의 책임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있다고 응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레즈니코프 국방부 장관을 해임하면서 후임에 이전 직장에서 저지른 범죄행위에 관해 법원의 조사 명령이 내려진 루스템 우메로프를 임명하기도 했다. 

 

BBC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의 지난해 2월과 11월 재산을 비교한 결과 ▲젤렌스키 8,618억 원 → 1조 9,884억 원 ▲레즈니코프 국방부 장관 9,279억 원 → 1조 8,560억 원 ▲드미트로 쿨레바 외교부 장관 5,966억 원 → 1조 5,904억 원 ▲비탈리 클리츠코 키이우 시장 1,989억 원 → 1조 604억 원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 5,302억 원 → 1조 3,257억 원 등이었다. (「우크라이나, 국민 78% 부패고리 정점에 젤렌스키」, 조세일보, 2023.9.12.) 전쟁으로 국민이 죽어 나가는 동안 누군가는 일확천금을 거머쥔 셈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 

 

이런 우크라이나의 부정부패 사실이 널리 공개되어 주목받으면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미국에도 좋을 게 없다. 당장 미국 국민들은 부정부패 집단에 자기 혈세를 제공했다며 정부를 비판할 것이며 미국의 정책 실패도 더욱 부각될 것이다.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 최근 들어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부정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튼 미국 처지에서는 적절한 시점에 팔-이 전쟁이 터진 셈이다. 

 

나. 팔-이 전쟁을 유도한 미국

 

이렇게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마찬가지로 팔-이 전쟁도 미국이 의도한 전쟁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번 전쟁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도록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어 왔다. 

 

먼저 트럼프 정권이 시작해 바이든 정부가 계승한 ‘아브라함 협정’을 살펴보자. 

 

아브라함 협정은 2020년 9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바레인이 국교를 수립하기로 한 합의다. 이후 모로코도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했다. 바이든 정부는 분위기를 몰아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도 중재했다. 

 

▲ 2020년 9월 15일 백악관에서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 자야니 바레인 외교부 장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얀 아랍에미리트 외교부 장관(왼쪽부터)이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하였다.  © 백악관

 

그런데 이런 미국의 중동평화안에는 중요한 함정이 있었다. 팔레스타인 독립 문제가 빠져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은 아브라함 협정이 ‘이슬람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하였다.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출범을 국교 정상화의 전제로 제시하며 협상하였다. 요르단도 팔레스타인을 무시하고 아랍인과 거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처지에서 보면 미국이 아랍국들을 설득해 이스라엘과 수교를 할수록 자신이 고립된다. 중동에서 이란과 함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마저 미국에 설득돼 팔레스타인을 버린다면 팔레스타인은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9월 26일 하임 카츠 이스라엘 관광부 장관이 대표단을 이끌고 사우디를 공식 방문했다. 이스라엘 장관급 인사로는 최초였다. 

 

같은 날 사우디는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사절단을 파견했다. 사우디 외교 인사가 서안 지구를 공식 방문한 건 30년 만이다. 아마도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수교 문제에서 팔레스타인의 동의를 얻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용인하지 않는 가운데 사우디가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인 파타(فتح, Fatah)만이라도 인정하라는 조건을 내민다면 가자 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는 완전히 고립되어 버릴 수 있다. 사우디의 서안 지구 방문은 하마스에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닌 것이다. 

 

이스라엘-사우디 수교 협상이 끝나기 전에 하마스는 무언가 행동을 해야만 했다. 실제로 팔-이 전쟁 직후 사우디는 수교 협상 중지를 결정했고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올해 들어 이스라엘의 서안 지구 공격이 극심해진 것도 하마스의 행동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국내 언론은 거의 다루지 않았지만 서안 지구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이 올해만 700여 건이나 발생했다. 또 지난해 말 네타냐후 정권이 재집권한 이후 올해 9월까지 227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살해됐다. 사실상 이스라엘이 서안 지구를 완전히 집어삼키려는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서안 지구를 통치하는 파타 자치정부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서안 지구 다음은 가자 지구가 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하마스는 파타 자치정부를 대신해 이스라엘의 서안 지구 공격을 막고자 했을 것이다. 

 

애초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한 몸처럼 움직여 왔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언제나 이스라엘 편을 들었고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은 미국과 조율된 행동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미국은 하마스가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이 배후임을 숨기기 위해 이스라엘의 민간인 공격을 반대하는 모습을 취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신속하게 무기를 지원했다. (「미, 이스라엘에 정밀유도폭탄 추가 지원…앞에서는 ‘민간인 보호’, 뒤에서는 무기 보내는 미국」, 경향신문, 2023.11.7.)

 

물론 미국이 전쟁을 유도했다고 해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미국의 뜻에 따른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하마스의 처지에서 볼 때 팔레스타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스라엘에 맞서 싸우는 것은 당연한 조치일 뿐이다. 특히 미국의 패권이 무너지고, 동맹은 느슨해졌으며, 반미 연대가 강화되는 국제 정세를 볼 때 하마스는 가장 유리한 시점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전쟁을 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언론은 거의 다루지 않지만 아랍권 언론 보도를 보면 지금 팔-이 전쟁 양상이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만 있는 게 아니라 하마스의 공격이 상당한 전과를 내는 점도 있다. 또 얼마 전에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도 여러 미군 기지가 공격을 받아 미군 수십 명이 사상하는 사태도 있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빼기 위해 이스라엘을 시켜 팔레스타인을 공격, 하마스가 전쟁을 걸어오도록 만들었으며, 하마스는 수십 년간 지속된 이스라엘의 학살 만행에 맞서 전쟁을 준비하였고 미국의 패권이 약해진 지금을 적기로 판단하여 전쟁을 개시한 것이다. 

 

좀 더 넓게 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유도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이겼다면 팔-이 전쟁까지 가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오고 있으며 미국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아니면 신용카드 돌려막기식으로 새로운 전쟁인 팔-이 전쟁을 유도했다. 하지만 팔-이 전쟁도 미국이 원하는 대로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나리라는 법은 없다. 하마스는 수십 년간 전쟁을 준비하며 별러 왔다. 팔-이 전쟁도 신통치 않으면 미국은 세계의 이목을 돌리기 위해 또 다른 전쟁을 물색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후보지는 한반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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