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한복판에 인도 크기 반미 국가가 생긴다? > 정세분석

본문 바로가기
정세분석

아프리카 한복판에 인도 크기 반미 국가가 생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12-11 22:40 댓글0건

본문



아프리카 한복판에 인도 크기 반미 국가가 생긴다?

박 명 훈 기자  자주시보 12월 11일 서울 

최근 아프리카 북부와 중남부를 잇는 사헬 지역에서 니제르, 말리, 부르키나파소를 중심으로 사헬 연방국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 삼국에는 군부의 쿠데타로 반프랑스·반미 성향 군부가 집권했는데, 앞으로 국제질서에 미치게 될 파급이 주목된다.

 

▲ 니제르, 말리, 부르키나파소 지도.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1. 니제르, 말리, 부르키나파소 삼국 ‘사헬 연방국’ 추진

 

 

말리는 2021년 5월, 부르키나파소는 2022년 9월, 니제르는 2023년 7월 반미·반프랑스 성향 군부가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다. 이들 삼국은 과거 프랑스의 식민 지배와 수탈로 민중이 받은 고통이 컸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장 최근 쿠데타가 벌어진 니제르의 수도 니아메에서는 프랑스 국기를 불태우고 니제르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는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벌어진 뒤 니제르의 노선을 적극 지지, 옹호해왔다. 삼국은 올해 9월 사헬 국가 동맹 조약을 맺어 상대국의 주권이 위협받으면 군사력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또 삼국 간 경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프랑스 AFP(아에프페)통신에 따르면 삼국 외교부 장관은 12월 1일(현지 시각) 말리 수도 바마코에서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궁극적으로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를 통합하는 연방을 구축하려는 희망에 따라 ‘사헬 국가 동맹’의 국가원수들에게 연합 창설을 권고한다”라고 밝혔다. 또 삼국 외교부 장관은 사헬 연방국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강화된 정치적 동맹이 제공하는 평화, 안정, 외교력 및 경제 발전의 잠재력’을 꼽았다.

 

삼국은 먼저 군사, 경제 협력을 통해 연합을 거쳐 연방으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합은 유럽연합(EU)처럼 회원국이 서로 국경을 개방하고 통화를 공유하지만 하나의 국가로 묶이지는 않은 느슨한 단계다. 연방은 미국처럼 하나의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를 중심으로 군사권과 외교권을 하나로 합치되, 경제·사회 측면에서는 연방별로 자율권이 있다.

 

진행 속도로 비추어 보면 삼국은 적어도 올해 7월 니제르의 쿠데타 직후 군사, 경제 분야 협력과 함께 사헬 연방국 창설 논의를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시선에서는 사헬 연방국이 예상치 못한 ‘깜짝 발표’일 수 있지만 삼국의 시각에서는 준비된 발표였던 셈이다.

 

 

2. 역사와 의미

 

 

사헬 지역은 드넓은 사하라 사막과 짧은 초목이 있는 사바나 지대 사이에 있는 중간 지대로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북부와 중남부를 잇는 중요한 교두보였다.

 

그러던 중 19~20세기 프랑스가 서아프리카 일대를 식민 지배했다. 프랑스는 1960년대 들어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한 뒤에도 이슬람 극단세력 소탕을 구실로 서아프리카에 미국과 서방 각국 군을 끌어들였다. 서아프리카에 심어둔 친프랑스·친서구 기득권의 협조를 얻어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을 놓지 않으려 한 것이다.

 

니제르,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 사헬 지역 국가에는 반미·반프랑스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까지 5,000명이 넘는 프랑스군과 미군 등 서구 군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이들 서구 군대는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뒤에는 철수 요구를 받고 거점을 니제르로 옮겼다. 이후 니제르에는 프랑스군 1,500명과 미군 1,100명 등 서구 국가들의 군대가 주둔 중이었는데, 이제는 니제르에 남아있던 군대마저 철수하게 될 처지가 됐다. (「아프리카에서 서구 영향력 퇴조…러시아 세력 확장」, KBS, 2023.10.4.)

 

앞서 9월 24일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니제르에 있는 대사 등 외교 인력의 즉시 복귀와 프랑스군의 점진 철수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니제르 군부는 성명에서 “제국주의와 신식민주의는 더 이상 우리의 영토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라면서 “상호존중과 주권에 기초한 새로운 협력의 시대는 이미 펼쳐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서구 군대의 주둔에는 아프리카가 자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을 억제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었다. 올해 7월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뒤 중국과 러시아가 니제르의 쿠데타를 지지하며 미국과 각을 세운 것은 이런 배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북·중·러 연대가 강화되는 분위기에서 북한이 과거 아프리카 각국과 군사, 경제 측면에서 활발히 교류해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사헬 지역에서 북·중·러가 공동으로 연대, 협력할 가능성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사헬 연방국이 현실화된다면 서구는 아프리카의 교두보인 사헬 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완전히 잃게 될 공산이 크다.

 

현재 아프리카의 국경선은 과거 아프리카를 지배하던 프랑스와 영국, 벨기에, 독일 등 제국주의 세력이 멋대로 그은 것이다. 과거 제국주의 세력은 각 부족의 분포, 경계를 신경 쓰지 않고 바둑판처럼 국경선을 그어 독립시켰고 서아프리카 각국에 분열의 씨앗을 심었다.

 

이런 측면에서 사헬 연방국 창설 논의는 아프리카 각국이 자주 노선에 따라 협력해 새로 국경선을 짜면서 기존 제국주의 질서의 판을 뒤집는다는 의미도 있다. 

 

 

3. 전망

 

 

니제르, 말리, 부르키나파소가 사헬 연방국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미국 주도의 패권이 저무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자주, 주권, 상호 존중을 강조하는 다극화 흐름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사헬 연방국 창설 논의가 초기 단계라 두고 봐야 하겠지만, 과거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 지배를 받던 국가들끼리 힘을 모아 연방을 창설하겠다고 한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사헬 연방국이 실제로 국제무대에 등장하면 면적으로는 7위인 아르헨티나와 맞먹고 인도에 버금가는 나라가 된다. 인구로는 니제르 2,721만 명, 말리 2,329만 명, 부르키나파소 2,325만 명을 더한 7,375만 명으로 20위가 된다. 

 

사헬 지역은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지리적 요충지이고 각종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면 니제르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우라늄 보유국인데 그동안 프랑스를 중심으로 EU가 우라늄을 싼 가격에 독점하다시피 사들이고 있었다. 

 

이 밖에도 니제르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원유, 천연가스 등도 풍부하다. 앞으로 한데 뭉친 사헬 연방국이 등장한다면 국제무대에서 합리적 가격으로 자원의 판매와 경쟁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경제 발전도 모색할 수 있다.

 

아프리카의 사헬 지역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구 제국주의에 착취당하면서 국제무대의 변두리,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이제 니제르, 말리, 부르키나파소는 사헬 연방국 창설 논의를 통해 전 세계의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사헬 연방국 창설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아직 식민 지배의 부작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세계 각국의 대외 노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페이지  |   코레아뉴스  |   성명서  |   통일정세  |   세계뉴스  |   기고

Copyright ⓒ 2014-2024 아프리카 한복판에 인도 크기 반미 국가가 생긴다? > 정세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