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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55] 이란전쟁의 수혜자와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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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5-09 18:4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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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55] 이란전쟁의 수혜자와 피해자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5월 9일 서울 

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자 미국 정제유(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수출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주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정제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822만 배럴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4% 증가해 주간 기준 역대 최대치였다고 합니다. 또 원유 수출량도 급증해 2월에 하루 390만 배럴 팔던 게 4월에는 하루 520만 배럴로 30%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시장 조사기관 리스타드 에너지는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올해 6백억 달러(약 87조 원)의 추가 현금 흐름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석유기업이 대박 난 겁니다. 

 

미국 석유기업의 갑작스러운 호황은 사실 전쟁 시작과 함께 예상된 결과입니다. 유가가 치솟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우리는 큰돈을 번다”라고 자랑했으며 4월에는 다른 나라를 향해 “미국에서 기름을 사라. 우리는 기름이 풍부하다”라고 약 올리듯 말했습니다. 

 

지난 5월 5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으로 인한 세계 석유 대란을 미국산 석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알래스카는 사실 여러 아시아 국가와 매우 가깝다”라면서 “한국, 일본과 엄청나게 큰 규모의 거래를 만들고 있다”라고 해 우리와 일본에 원유 판매를 대폭 늘릴 의도를 내비쳤습니다. 

 

반대로 우리는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당장 중동산 원유가 들어오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데 중동에 비해 운송비가 두 배 이상 높습니다. 또 미국산 원유는 우리 정유 시설과 맞지 않아 추가 비용이 들어갑니다. 우리나라 정유 능력은 세계 5위에 이르지만 정유 시설이 중동산 중질유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미국산 경질유를 처리하려면 별도의 비용을 들여 사전 처리를 해줘야 하며 효율도 떨어집니다. 

 

불과 10여 년 전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중 하나였던 미국이 갑자기 원유 순 수출국으로 변신하자 이란전쟁의 진짜 목적 중 하나가 이것 아니냐는 의혹도 절로 생깁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유럽에 미국이 셰일가스를 비싸게 팔아먹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이라크전쟁도, 올해 초 베네수엘라 침공도 모두 석유가 걸려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답이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불렀지만 특히 유럽에 피해가 집중됐습니다. 그런데 이란전쟁은 전 세계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이란전쟁은 세계 액화천연가스의 3분의 1, 세계 석유 소비량의 4분의 1, 세계 해상 비료 운송량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막아버렸습니다. 반도체 생산 등에 필요한 헬륨도 비상입니다. 전 세계 헬륨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카타르의 라스라판 산업단지가 전쟁 때문에 가동을 멈췄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잘 보면 전 세계가 모두 피해를 보는 건 아닙니다. 피해는 서방진영에 집중되고 오히려 러시아, 중국 등은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4월 14일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원유·정제유 수출에서 얻은 수입은 지난 2월 97억 달러(14조 원)에서 3월 190억 달러(28조 원)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란전쟁 때문에 원유 가격이 배럴당 46달러에서 78달러로 올랐기 때문입니다. 또 미국이 국제 유가를 잡기 위해 러시아 석유 제재를 부분 해제한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덕분에 러시아 정부 세수도 늘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았던 러시아 국가 재정 적자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80% 이상을 수입하는데 전쟁 때문에 오히려 할인된 가격으로 수입해 서방에 비해 원가 경쟁력을 키웠습니다. 과거에는 중국이 워낙 인건비가 저렴해 물건 값이 싸서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에너지 가격이 저렴해서 가격 경쟁력이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전력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며, 전 세계 신규 재생에너지 용량의 절반 이상을 만들고 있어 유가 급등에도 타격이 작습니다. 중국의 재생에너지 기술과 설비 생산은 세계를 압도합니다. 그래서 이란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수많은 나라들이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해 중국에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이란전쟁이 서방 나라들까지 중국에 의존하게 만든 셈입니다. 

 

이란은 중국의 지원을 받기 위해 석유 거래를 위안화로 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시켜 준다며 위안화의 가치를 높여 주었습니다. 석유 거래를 달러로만 해서 달러의 가치를 높이고 기축통화 지위를 보장받는 페트로-달러 체제가 페트로-위안 체제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그래서 여러 전문가가 이란전쟁의 진짜 승자는 중국이라는 분석까지 내놓습니다. 

 

이렇게 보면 결국 이란전쟁으로 미국 석유기업을 위해 서방세계만 수탈당하고 고통을 겪는 셈입니다. 

 

고통은 미국 국민도 겪습니다. 자동차 없이는 생활하기 힘든 미국의 특성상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미국인에게 매우 중요한 변수인데 현재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54달러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이 나빠지면 정부가 석유 수출을 금지할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이처럼 이란전쟁은 서방세계와 한국 같은 친미국가에 피해를 주는 전쟁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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