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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년 8월 15일 임수경 전대협 대표가 군사분계선을 넘기 직전, 천주교정의사제구현단이 파견한 문규현 신부가 기도하고 있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
“분단의 서러움으로 45년을 지낸 오늘 이 시간, 이 분단을 넘고자 합니다. 이 비극의 자리에 당신 보시고 계시죠. 우리 7천만 동포의 아픔을 당신은 아시고 계시죠? 이 아픔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우리는 이 장벽을 우리의 적은 몸으로라도 부서뜨리고 싶습니다.”
30년전 8.15 광복절에 문규현 신부가 임수경 전대협 대표와 나란히 군사분계선에 서서 온몸으로 기도하는 영상이 흐르자 500여 명의 참석자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지난해 남북의 지도자들이, 올해 북미의 지도자들이 넘어선 분단의 장벽이 이미 30년전 처음으로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당시 임수경 대표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의 기도’를 바쳤다. “주여,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임수경 대표는 “학우들이여, 그리고 3천만 동포여, 우리 함께 통일조국에 춤을 추는 그날까지 힘차게 힘차게 통일에 대한 걸음을 나아갑시다.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라고 북녘 동포들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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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이 흐른 뒤, 문규현 신부와 임수경 전 의원히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이제는 노년이 된 문규현 신부와 중년의 임수경 전 의원이 30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나란히 무대에 섰다. 문규현 신부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이 27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개최한 ‘7.27 평화홀씨마당’에서다.
평통사 회원들은 존경의 뜻을 담아 문 신부에게 꽃다발을 안겼고, 김서경 ‘소녀상’ 작가는 문 신부의 얼굴을 새긴 조각을 선물했다. 임수경 전 의원은 함께 무대에 올라 자리를 빛냈다.
임수경은 당시 한국외대 4학년으로 1989년 6월 30일 방북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로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하고 7월 27일 판문점 귀환을 추진했지만 결국 8월 15일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문규현 신부를 파견해 천주교 신자인 임수산나(영세명)와 동행토록 했고,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국가보안법을 적용 기소해 각각 5년을 선고받고 복역중 1992년 가석방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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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세웅 신부가 두 사람의 30년전 방북을 되돌아 보며 오늘 우리의 염원을 간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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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학생 대표들이 각 투쟁현장 대표들이 무대에 오른 가운데 “휴전협정 체결 66주년을 맞는 평화홀씨마당 참가자들의 다짐”을 낭독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마이크는 당시 두 주역이 아닌 함세웅 신부가 잡았다. 함 신부는 먼저 묵념기도를 바친 뒤 “사랑하는 문규현 사제와 임수경 당시 청년학생의 큰 결단을 되새기며 정성된 민족의 기도를 올린다”며 “갈라진 민족 하나 되도록 저희 모두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선열들이여, 하늘이시여, 이 남북 8천만 겨레의 염원 이루어주시며, 미국과 일본 등 큰 나라의 압박을 이겨내서 선열들의 좋은 뜻 실현케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사제로서 두 분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늘 고백을 한다”면서 “문규현 신부님께서 북에 가셔서 임수경 당시 학생과 함께 남으로 내려오셨을 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카톨릭이 받았던 상처는 매우 크다. 그 당시에 사제단 대표들과 김수환 추기경과의 많은 갈등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함 신부는 “문익환 목사께서 그 전에 일본에 가셔서 북의 김 주석을 만나시고 오셔서 감옥에 계셨는데, 이 두 분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서서 판문점에서 남쪽으로 내려오신 소식을 들으시고 고백하신 말씀”이라며 “당신이 그때 내려오시고 싶었는데 ‘아, 그때 판문점으로 안 내려오기를 참 잘했다. 아무나 군사분계선을 뚫을 수 있는 거냐’ 때묻지 않은 사람, 선남선녀, 동남동녀, 사제 문규현, 또 그 당시에 순수한 소녀 임수경 때묻지 않은 이분들이 그걸 뚫었다. 그래서 당신이 이거 하나는 잘했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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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7평화홀씨마당'은 문화공연 위주로 진행됐다. 합창 공연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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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손피켓을 흔들며 공연에 호응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올해 열두 번째로 열린 ‘7.27 평화홀씨마당’은 국악과 판소리, 캘리그라피 퍼포먼스와 춤공연, 합창공연 등 문화공연 위주로 진행됐으며, 무대는 ‘정전 66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평화홀씨마당’을 전면에 내세웠고, 당면한 구호로 ‘싱가포르 성명 이행’,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가 좌우로 가지런히 내걸렸다.
청년학생들이 참가자들을 대표해 “휴전협정 체결 66주년을 맞는 평화홀씨마당 참가자들의 다짐”을 낭독했다.
이들은 “어떻게 해야 우리 시대를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시대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라고 자문하고 “그 길은 첫째도, 둘째도 미국의 대북 체제안전 보장에 있다”고 답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 북미 불가침조약이라는 미국의 대북 체제보장 조치에 상응하여 동시적‧단계적으로 실현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결의 산물인 사드를 반드시 철거시켜야 한다”면서 “사드와 함께 한일군사동맹의 결성을 노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도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아니라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정치적‧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결코 과거사의 해결에 그치지 않는다”며 “우리 모두 미국과 일본의 책임을 묻고 피해 배상이 이루어지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평통사는 원폭 피해자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1948년 김구 선생은 민족분단을 막기 위해 38선을 넘었다가 끝내 목숨을 잃는 희생을 치러야 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1989년 문규현 신부와 임수경 학생은 한반도 평화를 절규하며 휴전선을 넘었다가 옥고를 치러야 했다”면서 “그 길을 따라 평통사가 평화와 번영, 통일의 마중물이 되고자 한다”고 천명했다.
이들은“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고리를 틀어쥐고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지식인, 종교인, 청년학생들과 굳게 손잡고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시대를 힘차게 열어나가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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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7 평화홀씨마당'을 마친 참가자들은 시청에서 출발해 미국대사관 앞으로 지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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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행진 참가자들은 일본 대사관(오른쪽 유리건물) 앞에서 약식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참가자들은 풍물과 만장을 앞세우고 서울시청에서 출발해 미국대사관과 일본대사관 앞으로 행진했으며, 광화문 KT 앞에서 마무리집회를 가졌다.
미국대사관과 일본대사관은 그물 보호망을 치고 경찰력을 배치했지만 충돌은 없었고, 광화문 일대에 산재한 ‘태극기 부대’와의 부딪침도 경찰의 행진 보호조치 아래 발생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행진 도중 “불법사드 철거하라”, “원폭투하 미국은 사죄하라”, “식민지배 일본은 사죄하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하라”, “유엔사를 해체하라” 등 구호를 외쳤고, 간략한 규탄발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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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전 두 주역이 행사장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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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경 '소녀상' 작가가 증정한 조각작품을 들어 보이는 문규현 신부.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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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주역은 발언하지 않고 함세웅 신부가 마이크를 잡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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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그라피 퍼포먼스 직후 춤 공연이 이어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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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회원들이 카드섹션으로 이날 주제를 표현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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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행진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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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에게 행진 취지를 알리는 참가자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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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대사관과 일본대사관은 대형 그물망을 설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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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대사관 뒷편에서 구호와 함성을 지르는 참가자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