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8년 인도에서 열린 이더리움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는 버질 그리피스 |
미국의 암호화폐 전문가인 버질 그리피스가 지난 11월 29일(금), 미국 뉴욕 맨허튼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됨에 따라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있다. 그리피스가 평양에서 열린 ‘암호화폐 회의’에 참가해 암호화폐에 대한 주제발표를 한 것이 미국의 대북제재정책을 위반했다는 혐의이다.
검찰은 지난 11월 28일,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그리피스를 체포하면서 최대 징역 20년에 처해질 수 있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위반 죄목을 적용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 시민이 북에 대해 물자나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그리피스와 몇 명의 회의 참석자들은 북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이용해 미국의 대북제재를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을 회의에서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검찰은 버질 그리피스가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평양 블록체인 암호화폐 회의’에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중국을 통해 참석했고, ‘블록체인과 평화’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암호화폐를 이용한 대북제재 회피와 돈 세탁 방법에 대한 기술 정보를 제공했다”며 “그리피스의 행위는 북에 대한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을 위태롭게 했다”고 밝혔다.
올해 36세인 버질 그리피스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가로 현재 싱가포르에서 거주하며 이더리움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그는 2008년 <뉴욕타임즈> 기사에서 ‘신비한 인터넷 남성’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이 소식을 접한 암호화폐 회사,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 공동체는 혼란에 빠졌다. 버질 그리피스가 일하던 ‘이더리움 재단’은 ‘탈중앙화된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글로벌 오픈 소스 플랫폼’이다. 실제 이 재단의 홈페이지에 명시된 ‘이더리움 재단’에 대한 설명을 보면 “이용자는 이더리움을 통해 디지털화된 가치를 제어하고, 프로그래밍한 대로 작동되며 전 세계 어디에서든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코드를 작성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 미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된 버질 그리피스를 이더리움의 공동 창업자, 비탈린 부테린이 변호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는 비탈린 부테린. |
지난 12월 1일(일)의 트위터를 통해 이더리움의 공동창업자인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은 그의 직장 동료인 버질 그리피스를 변호하고 나섰다. 부테린은 이더리움 재단이 버진 그리피스의 북한 여행 비용을 대지 않았다면서 “지정학적으로 개방된 마음은 ‘선행’이다. ‘가장 사악한 원수’라고 어린 시절부터 맹신하도록 교육받았던 사람들을 방문해 그들이 해야할 말을 직접 들어준는다는 것은 정말 칭찬할 만한 일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버진 그리피스처럼 행동했더라면 이 세상은 좀더 살만한 곳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나는 버질 그리피스가 실제 북을 돕기 위한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는 단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에 관해 일반 대중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실에 근거한 발표를 한 것뿐이다. 이상한 해킹 등 고급 정보에 대한 개별교습 따위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그는 “버질은 이번 방문과 회의에서의 발표로 북으로부터 아무런 댓가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부테린 공동대표와 더불어 해킹에 관한 내용을 집중 보도하는 <2600 매거진(2600.com)>의 임마뉴엘 골드스타인 편집인 역시 “언제부터 회의에 참석해서 암호화폐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범죄가 되었나?”라는 내용을 트위트하며 버질 그리피스를 변호했다. 그리피스의 기소는 시민권자들의 북방문금지 조치 등 갈수록 점증하는 미국정부의 대북관련 인권침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