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 왜 서방은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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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11-19 18:09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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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연 기자 : 민중의소리
초당 2킬로미터의 속도로 날아가 그보다 2배 빠른 목표물을 맞출 수 있는 미사일이 있다. 이 미사일은 400킬로미터의 거리에서 80개의 항공기, 드론 및 크루즈 미사일을 동시에 목표물로 삼을 수 있고 이전에 탐지하지 못했던 스텔스 전투기도 감지할 수 있다.
러시아의 S-400 트라이엄프 미사일 이야기다.
하지만 이 대공미사일 체계가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그 성능이라기보다) 그것이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와 러시아 고립화 노력을 와해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국방산업에 대해 대대적인 제재를 가해왔다. 러시아 군수산업의 고수익 수출을 중단시키고,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른 나라들이 S-400 미사일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앞선 대공 방어체계라는 평가를 받는 S-400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터키와 인도가 S-400 구매 계약을 맺었고, 중국은 첫 수입 물량을 인수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그리고 이라크가 S-400 구매를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2014년 3월에 처음 도입된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와 러시아의 주요 산업을 고립시키는 걸 목표로 했다면, 그 목표가 얼마나 실패했는지는 개당 4억 달러에 달하는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ruck-mounted missile launchers)만 봐도 알 수 있다.
“러시아가 고립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러시아의 군수산업 저널 편집장인 안드레이 프로로프가 말했다. “중국과 인도 덕분에 제재망이 크게 뚫렸고... 전반적인 메시지는 여전히 러시아와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과 러시아는 정치적으로 점점 더 멀어져왔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 이후 미국의 주도와 영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협조로 이뤄진 대러시아 제재는 러시아의 외부 금융망, 무역 및 외교적 지원을 와해시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블라드미르 푸틴 정권의 정치적 입장 변화를 강제해 내겠다는 것이다.
제재의 초반에는 러시아의 정치인과 방대한 에너지 분야 및 군산복합체가 타겟이었다. 제재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개인과 개별 기업 역시 타겟으로 삼았다.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하고, 시리아에서의 화학무기 사용을 용인한 데다 올 봄 영국에서 러시아의 첩보원이었던 세르게이 스크리팔에 대한 암살 기도가 이어지면서 대러시아 제재는 강화됐다.
하지만 이런 제재로도 서방은 그 목표를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
러시아-중국 관계는 더 돈독해져 러시아에게 새로운 무역 기회가 생겼고, 러시아의 외교적 힘도 강해졌다. 러시아는 터키에서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란에 이르기까지 여러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 강화했고 미국이 (개입을) 주저하는 사이에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동시에 유럽연합 국가수반들은 꾸준히 크렘린을 방문했다. 유럽 기업들의 해외 직접 투자가 계속 이뤄지고 있으며, 러시아의 원유와 가스에 대한 수요도 유지됐다.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의 공격적인 담론이 무색할 지경이다.
러시아의 싱크탱크 ‘발다이 토론 클럽’의 대표인 안드레이 바이스트리츠키는 “러시아의 고립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30년 전 구소련 시대였다면 그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때는 세계가 2개 진영으로 양분돼 있었지만 현재는 러시아에게 너무나 많은 선택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러시아의 고립에 관한 한, 현실과 담론이 일치하지 않는다.
미국이 S-400 계약들에 분개해도, 유럽연합의 모든 주요 경제국들은 여전히 러시아와 조용히 거래해 왔다.
크림 반도 합병과 관련된 제재를 가장 열렬히 지지했던 국가 중 하나인 독일은 여전히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인 “노드 스트림 2(Nord Stream 2)”를 지지하고 있다. 유럽의 에너지 공급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초에 열렸던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 경제 포럼’에 푸틴 대통령의 특별 초대로 참석했다. 마크롱은 푸틴에게 “친애하는 블라드미르...상호 협조하는 게임을 하자”고 말했다.
두 정상의 회담이 이뤄진지 얼마 되지 않아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Total)은 255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 북극 LNG 2(Arctic LNG 2) 프로젝트의 지분을 10% 매입했고, 지난 달에는 모스크바 근처에 새 석유 합성 공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영국은 러시아에 대해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영국의 석유회사인 BP는 제재 대상인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Rosneft)의 지분 19.75%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의 가장 큰 해외 투자자 중 하나인 셈이다.
주요 국제 에너지 회사의 한 임원은 “최대한 많은 것을 끌어오려는 토탈을 보라. 또 BP를 보라. 러시아만큼 크고 중요한 나라를 고립시킬 수는 없다. 제재는 처음부터 실패할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베로나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러시아 대표단을 “평화사절단(peacemakers)”이라고 부르면서 이탈리아 기업들에게 유럽연합의 대러시아 제재를 피해갈 방법을 찾으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살비니는 “지금은 2018년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재도, 군대도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나 우정이다. 저항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이탈리아 기업인들에게 감사 드리고 싶다”고도 말했다.
16일 핀란드 대통령궁에서 단독 정상회담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인삿말을 마치고 사진촬영 용 악수를 하고 있다.ⓒ뉴시스
러시아는 너무 크고 여전히 수익성이 높다
모스크바에 있는 서방 외교관들도 대러시아 제재가 각국 정부들이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어떤 외교관은 제재가 서서히 강화됐기 때문에 1조 6천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 경제가 이에 적응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외교관들은 2016년부터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제재로 입은 타격을 무력화할 정도의 현금이 러시아 정부에게 들어갔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자국 기업들이 입을 피해를 우려해 제재 조치를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은 나라들이 많았다고 고백한다.
독일의 다임러(Daimler)사는 내년 초부터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 세단을 생산할 공장을 모스크바 근처에 세우고 있다. 미국의 항공업 거인인 보잉(Boeing)은 올해 여름에 티타늄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중앙 러시아에 설립했다. 물론 유럽이 러시아로부터 구입하는 가스의 양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이 모든 것으로 알 수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방해를 받기에는 러시아가 너무 크고 수익성이 높다는 것이다.
BP의 CEO 밥 더들리는 “기업인과 정책 입안자들이 대화를 계속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며 “국경을 허물고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데 기업이 수행하는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 간의 관계를 훼손하려는 세력이 많다”고 했다.
서방이 러시아의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를 제재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BP는 이 회사에 대해 갖고 있는 자기 지분을 통해 약 13억 달러의 배당금을 받았다. 더들리는 “(한쪽의) 편을 들면 사업을 오랫동안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는 다리 역할을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스네프트는 외국 기업들과의 합동 프로젝트로 생산하는 원유량을 하루 1천4백만 배럴로 증가시켰다. 이는 2014년의 두 배다. 여기엔 노르웨이와 베트남, 인도 기업들과의 합작이 큰 기여를 했다.
미국 입국이 금지된 로스네프트의 CEO 이고르 세친은 “앞으로 제재가 더 강화되면 오히려 미국에게만 제한이 생기고, 러시아는 (다른 나라와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관계를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 믿는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가 제3국들이 미국을 멀리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는 주장을 지속해왔다.
모스크바에 주재하는 한 아시아 외교관은 “러시아를 고립시키려 함으로써 미국이 스스로 고립되고 있음이 명백하다”며 “유럽 국가들조차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인 대러시아 정책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푸틴의 출구:중국 그리고 중동
푸틴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관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해 나갔다. 그리고 중동에서 실세가 됐다. 푸틴이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우세를 점할 수 있도록 2015년에 시리아에 개입했고, 터키와의 무역과 외교적 지원을 강화했으며, 역사적으로 이미 강력했던 이스라엘 및 이란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러시아 제재가 시작된 이후 가장 파격적이고 유의미하게 변한 것은 러시아-중국 관계와 러시아-사우디의 관계다.
푸틴은 시진핑 중국 주석,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의 개인적인 친분을 활용해 이 나라들에 S-400을 팔았다. 새 원유 공급 계약들과 농업분야, 국방분야에서의 교역 확대로 중국과의 무역은 지난해 전체의 15.5%로 확대됐다. 2013년에 그것은 10.6%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EU가 러시아 무역에서 차지한 비중은 49.6%에서 43.8%로 줄어들었다.
러시아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8년에는 첫번째 수출국이 됐다. (출처:IMF)
러시아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8년에는 첫번째 수출국이 됐다. (출처:IMF)ⓒIMF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만난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주석. 2018.9.11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만난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주석. 2018.9.11ⓒAP/뉴시스
지난 9월엔 시진핑이 블라디보스톡에서 푸틴을 만났고, 이 둘은 보드카와 캐비어를 먹으면서 양국의 우정을 기념하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함께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 만남이 이뤄지는 동안 양국의 군대는 30만이 참여한 공동 군사 훈련을 단행했다. 이는 1981년 이후 러시아에서 이뤄진 가장 큰 규모의 군사 훈련이었다.
러시아는 사우디에게도 S-400을 팔기로 했는데 이 또한 더 포괄적인 외교적, 경제적 관계 강화의 일부로 이뤄졌다. 2016년엔 러시아와 사우디가 힘을 합쳐 원유 생산을 통제하고 유가를 상승시켰다.
사우디의 국영 석유-천연가스 회사인 사우디 아람코(Aramco)는 토탈의 뒤를 좇아 러시아의 가스 프로젝트에서 30%의 지분을 사려하고 있고, 러시아의 석유화학 대기업인 시부르(Sibur)와 손을 잡고 석유화학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사우디 언론인 쟈말 카슈끄지의 피살을 이유로 서방 정부와 기업인들이 지난달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회의를 보이콧할 때, 러시아는 공개적으로 무함마드 왕세자 지지를 표명하며 대대적인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 때 사우디의 국부펀드가 러시아-중국 공동 개발 기금(joint Russia-China development fund)에 참여하기로 함으로써 러시아는 그 대가를 챙겼다.
러시아가 공들여 만든 새로운 관계들이 사실은 별 것이 아니며, 그것이 서방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려는 크렘린의 다급한 몸짓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모스크바에 있는 한 서방 외교관은 “역사적인 상호 불신 때문에 러시아와 중국은 절대로 온전한 지정학적 동맹을 맺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모양새를 갖추는 것은 양국이 자그마한 이익이라도 서로 챙기고 미국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5월까지 러시아 부총리를 역임한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는 최근의 러시아-중국 관계가 “실용적인 측면과 전략 둘 다를 고려한 것”이라며 “서방의 행태를 고려하건대 현시점에서 이것이 합리적인 것임은 분명하다. 또 장기적으로 봐도 미래를 위해 양국 관계는 계속 강화돼야 한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엘리트에겐 다소 불편하겠지만...
물론 러시아 엘리트들은 서방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러시아 제재 때문에 러시아의 억만장자들이 그들의 삶의 일부가 된 서방과 서방의 은행, 변호사, 학교, 병원에 접근하기가 서서히 어려워지고 있다.
제재 때문에 내년에 다보스 세계 경제 포럼의 참석이 금지된 러시아 기업인이 3명이나 된다. 이들이 런던 같은 서방 도시들이 주는 화려함과 매력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제재를 받는 한 러시아 기업인은 “새로운 파트너십은 모두 훌륭하고 괜찮다. 하지만 솔직히 여기 엘리트들은 남중국해의 어느 섬보다 프랑스 남부가 더 편안하다. 현질서보다 새로운 세계 질서가 낫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중국 생활의 열렬한 팬은 없다”고 말했다.
어쨌든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는 그 결과에 관계없이 최소한 중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다.
11월 초 벌어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기 때문에 러시아 은행과 국가부채에 대한 추가 제재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8일 파리에서, 그리고 이달 말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정상회의에서 푸틴과 트럼프의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그렇다고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다.
바이스트리츠키 ‘발다이 토론 클럽’ 대표는 “구 소련 시대에는 두 정상이 만나면 상황은 늘 호전됐다. 요즘은 그 반대다. 향후 1-2년 동안은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난 9월, 미국은 S-400 구매를 이유로 중국군에게 제재를 가했고 중국은 이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미국은 인도와 사우디, 터키에게도 S-400 구매가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뉴델리에서 포옹으로 푸틴을 맞이했고 50억 달러 계약에 서명했다.
푸틴은 해외 무기 판매 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는 세계 무기 시장의 추세를 계속 예의주시하고 파트너들에게 유연하고 편리한 새로운 협력 방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우리 경쟁자들이 정치적 제재를 이용하는 등 우리의 고객을 협박하고 파렴치한 싸움 방법에 자꾸 의존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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