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위원장은 편지를 통해 김득중 지부장에게 “단식투쟁은 조합원이 이어가게 하고, 지부장은 복식에 집중해주기 바라네”라고 단식을 만류했다.
이어 “조합원 중에 이어갈 동지가 많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갇힌 이 몸이 이어가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을 했으니 너무 나무라지 마소”라며 자신이 단식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까지 한 전 위원장은 3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위원장은 “쌍용차 투쟁은 한국사회 노자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투쟁이니 힘을 내세나”라면서 “그 중심에 지혜롭고 건강한 지부장 동지가 있어야 할 길을 한시라도 잊지 마시게나”라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김 지부장을 향해 “사랑한다 지부장! 힘내자 김득중!”이라고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009년 77일에 걸친 평택공장 점거파업 당시 쌍용차지부장을 역임한 쌍용차 노조의 노조원이기도 하다.
다음은 한 전 위원장이 보낸 편지 전문이다.
사랑한다 지부장!
힘내자 김득중!
창살이 흔들리도록 불러보는데, 들리는지 모르겠구나.
이곳까지 찾아와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린 후 돌아서던 뒷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비열한 희망고문에 억장이 무너지고 있는 동지들이 힘겹게 부여잡고 있는 생명의 끈을 놓아버리지는 않을까, 긴장과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느라 극한의 고통도 잊고 있을 지부장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초인적인 신념으로 뼈까지 녹아내리는 하루하루를 포개고 있음을 알고 있는 해고노동자 모두는 다시 또 머리띠를 동여메고 있으리라 믿는다.
출근전쟁이 끝난 텅빈 도로를 걸으면서 반드시 돌아가야 할 공장을 바라보는 서글픈 모습이 보여서 슬프구나.
오늘 2차 결의대회는 힘차게 치렀는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아 벼랑 끝을 헤매고 있을 때마다 손을 내밀어준 연대의 함성이 함께했을거라 생각한다.
어떤 봄꽃보다 아름다운 연대의 꽃은 쌍차투쟁의 전부였기에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네.
나도 행사 시간에 맞춰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팔뚝질을 했다네.
피눈물로 보낸 10년의 세월을 반드시 끝내겠다는 결의의 함성이 들려오니 사무치도록 그리운 동지들 얼굴이 방안 가득했다네.
함께한 어깨동무 풀지 않고 동지가를 부르면서 밤을 지새울 것이네.
피도 눈물도 없는 쌍용차가 변명, 협박, 이간질로 비열한 작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네.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려서는 안된다는 것은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인데 말일세.
기업윤리가 그 회사의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세계적 추세를 외면하는 쌍용차는 여전히 2009년에 멈춰 있으니.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짓밟힌 쌍용차를 포함한 많은 사업장의 국가폭력 문제를 밝혀내고, 원죄를 묻고 해결하는 것은 촛불정부의 당연한 책무인데 더디기만 하구려.
노동존중 사회를 핵심 기조로 한다는 문재인정권의 진정성을 노동자민중이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네.
지난 두 정권과 김앤장을 뒷배로 둔 쌍용차는 사실상 무권리 노동현장을 만든 수혜자였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네.
항소심 재판에서 정리해고는 부당했다는 판결이 나자 당황했던 마힌드라 자문을 맡은 김앤장이 걱정할 것 없다는 신호를 줬을거라 생각하네.
노동자를 적대시했던 박근혜정권이 권력의 눈치나 보는 대법원을 손아귀에 쥐고 있었으니 말일세.
이명박이 구속되던 날 29명의 한맺힌 영혼에게 보고드렸더니 기뻐하시더군. 한가지 더 보고를 드렸다네.
정리해고가 도입된지 20년, 해고는 살인이다 외친지 10년. 야만의 세월이 쌓여 '노동조건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개헌문구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물론 정리해고가 철폐되는 것도 아니고 업무방해, 불법파업, 손배가압류, 가정파괴로 이어지는 악법을 철폐하는 목표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이처럼 쌍차투쟁은 한국사회 노자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투쟁이니 힘을 내세나.
그 중심에 지혜롭고 건강한 지부장 동지가 있어야 할 길을 한시라도 잊지 마시게나.
하오니 오늘부터 단식투쟁은 조합원이 이어가게 하고, 지부장은 복식에 집중해주기 바라네.
조합원 중에 이어갈 동지가 많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갇힌 이 몸이 이어가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을 했으니 너무 나무라지 마소.
세상과 단절된 담장이지만, 동지를 사랑하는 간절한 마음은 동지들 곁으로 보낼 수 있을걸세.
건강회복에 전념, 또 전념해서 희망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기 바라네.
사랑의 힘, 연대의 힘을 믿고,
사랑한다 득중아! 투쟁!
미안하다 지부장! 투쟁!
2018.3.28. 화성에서 한 상 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