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북한 완전파괴’ 유엔 연설에 미 언론도 “지나치게 호전적” 일제히 비판

뉴욕타임스 등 “자기 파괴적 목적만 보여줬다” 맹비난...

백악관 대변인 파문 진화 트윗도 사실과 달라

김원식 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totally destroy)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totally destroy)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뉴시스/신화통신

미국 주요 언론들이 1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로켓맨(Rocket Man)’이라 칭하고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내용에 관해 “도가 지나쳤고 호전적”이라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The Hill)’은 이날 “42분간 이어진 트럼프의 연설이 전투적(combative)이고 때로는 논쟁적이기까지 했다”고 폄하했다. 그러면서 “로켓맨 발언에서 압권을 이룬 트럼프의 강력한 발언은 그의 입술에서 나왔다”고 꼬집었다.

더힐은 이어 “험담하는 닉네임의 사용은 유엔 연설의 규범을 벗어난 것이지만, 트럼프는 (이미) 그러한 경계를 위반하는(transgressing) 것으로 유명하다”며 “또 다른 대형 헤드라인(headline)도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는 선택이 없다’는 북한과 관련한 연설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트럼프의 거친(tough) 단어들은 벤저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해 이스라엘 대사들의 환호를 받았다”며 “다른 사람들은 트럼프의 연설이 지나치게 호전적(excessively belligerent)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에서 북한에 관해 상당히 ‘대결적인 메시지(confrontational message)’를 던졌다”며 트럼프의 발언이 중국이나 러시아는 물론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조목들을 일일이 지적했다.

NYT는 그러면서 “트럼프가 세계 평화에 관해 혼란스럽고 위험한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면, 그의 연설이 성공하였는지는 모르나, 그의 연설은 단지 자기 파괴적인 목적만을 세계에 보여주고 말았다”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비판했다.

미 CNN 방송도 이날 “트럼프의 북한에 대한 이러한 수사학(rhetoric)은 ‘화염과 분노’ 발언과 마찬가지로 그의 ‘도가 지나친 다짐(over-the-top vow)’을 연상케 한다”고 꼬집었다. CNN 방송은 그러면서 “트럼프가 미국이 (북한을) ‘완전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 발언을 할 때, 다른 유엔 회의장에서 국제 외교 정책을 논의하던 많은 외교관들이 당황했다”면서 당시 유엔 회의장 분위기를 전했다.

CNN은 특히, “트럼프가 그 말을 했을 때, 당신은 회의장에서 바람이 몰아치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taken aback)”며 한 고위 유엔 외교관이 말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애초 백악관이 준비한 트럼프 연설 초안에는 ‘로켓맨’이라는 단어도 없었고, 다소 정제된 연설 내용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이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연설 직후 백악관의 사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파문을 의식해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도 ‘우리는 명백히 북한을 파괴할 무기들이 있다’고 말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허핑턴포스트는 이날 “그러나 오바마의 발언은 그 맥락이 전혀 달랐다. 오바마는 당시 ‘(북한 공격의) 인도주의적 대가를 제외하고라도 북한은 우리의 중요한 동맹인 한국 바로 옆에 있다’고 설명했다”며 “북한을 파괴하려는 군사 행동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