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게임이론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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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2-09 11:36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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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서 난민들의 입국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뉴시스, AP통신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게임이론의 가르침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아무리 봐도 도널드 트럼프는 미치광이처럼 보인다. 대통령은 고사하고 초등학교 줄반장도 해서는 안 되는 또라이같다. 말도 안 되는 공약을 줄줄이 읊은 것도 모자라 대통령이 되자마자 그 공약을 번개같이 실행에 옮긴다. 오죽했으면 최근 <한겨레신문>이 ‘약속을 잘 지켜서 두렵다…트럼프의 미친 공약이행 네 가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을까?
트럼프가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독일과 중국, 일본 등 3개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지난달 31일 트럼프는 “중국과 일본이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처럼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며 시비를 걸었다. 트럼프의 측근인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도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런 막무가내 행동은 게임이론에 따르면 계산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즉, 트럼프는 미치광이가 아니라 미치광이인 척 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영리한 전술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치킨 게임의 최고의 전략은 미치광이 전략
근혜와 순실, 두 철부지가 외길에서 만났다고 하자. 두 철부지는 친구들 앞에서 서로의 용기를 과시하기 위해 치킨 게임을 벌이기로 했다. 치킨게임은 1960년대 미국 젊은이들이 여성에게 자신이 얼마나 엄청난 마초인지를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외길에서 피차 차를 몰고 마주 달린다. 죽음이 두려워 핸들을 먼저 꺾는 쪽이 겁쟁이(치킨)가 된다. 치킨의 치욕을 당하기 싫어 양쪽 다 가속 페달을 밟는다면 둘 다 정면으로 충돌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 치킨 게임에서 근혜(순실이도 마찬가지)가 마주할 경우의 수는 다음의 네 가지다.
① 근혜에게 최선:근혜는 핸들을 꺾지 않고, 순실이는 겁을 먹고 핸들을 꺾었을 때이다. 이러면 근혜는 친구들 앞에서 용맹을 과시할 수 있고, 생명도 건질 수 있다.
② 근혜에게 차선:근혜도 겁을 먹어 핸들을 꺾고, 순실이도 핸들을 꺾었을 때이다. 이러면 둘 다 겁쟁이가 되지만, 그래도 목숨은 건질 수 있다.
③ 근혜에게 차악:순실이는 핸들을 꺾지 않았는데, 근혜가 겁을 먹고 핸들을 꺾었을 때이다. 이러면 근혜는 친구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지 목숨은 건진다.
④ 근혜에게 최악:근혜와 순실이 모두 핸들을 꺾지 않아 정면충돌했을 때이다. 이러면 모두 죽는다. 그래서 막상 치킨게임을 하면 이런 최악의 경우는 잘 나오지 않는다. 누구든 이 최악의 경우를 피하기 위해 핸들을 꺾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치킨 게임을 할 때 ①의 승리를 얻기 위한 가장 뛰어난 전략으로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을 꼽는다. 최고의 승리를 얻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나는 죽는 한이 있어도 핸들을 꺾지 않는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 그리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이 죽음도 불사하는 미치광이라는 것을 과시해야 한다. 상대가 속아서 핸들을 먼저 꺾으면 미치광이처럼 보였던 이 플레이어는 최고의 승리를 얻는다.
지난해 9월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을 감행했을 때 한국과 대부분의 서방 세계는 북한을 미치광이 취급했지만 뉴욕타임스는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는 9월 10일 ‘북한은 미치기는커녕 너무 이성적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이때 뉴욕타임스가 분석의 틀로 사용한 것도 바로 경제학의 게임이론이었다.
뉴욕타임스가 북한의 핵 도발을 “지극히 이성적인 행동이다”라고 평가한 이유는 북한이 핵을 사용하기 위해 핵 실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분석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핵을 쓴다면 이것은 치킨 게임에서 최악의 결과인 ④를 낳는다. 상대도 핵을 쏠 것이기 때문에 외길에서 정면으로 충돌해 모두가 죽는 일이 벌어진다.
이걸 북한이 바랄 리가 있나? 그런데도 북한이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는 “우리를 위협하면 우리는 언제라도 핵을 쏠 수 있다”는 ‘또라이 기질’을 강조해 상대가 먼저 핸들을 꺾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에 굴복해서는 안 되는 이유
지금 트럼프가 보이는 광기(狂氣)도 게임이론의 틀에서 보면 이런 미치광이 전략의 일종이다. 중국이나 독일, 일본 등 경제 강국들 앞에서 “나는 미친놈이야. 그래서 나는 절대로 핸들을 꺾지 않아. 너희들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거고 필요하면 군사력도 쓸 거야”라며 또라이 기질을 과시한다.
문제는 여기서 상대방 국가의 대응이다. 상대 국가가 트럼프의 겁을 먹고 핸들을 꺾는다면, 트럼프는 최상의 결과인 ①을 손에 얻는다. 반대로 상대 국가는 차악의 결과인 ③을 얻는다.
이는 상대국으로서 현명한 결정이 아니다. 트럼프는 또라이처럼 보이려는 전략을 쓸 뿐이지 진짜 또라이가 아니다. 중국과 무역 분쟁을 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진짜 군사력을 동원할 리가 없다. 그러면 피차 파국인데 트럼프는 그걸 모를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
이 때문에 상대 국가는 트럼프의 전략에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 “우리도 그러면 가만있지 않는다! 우리도 핸들 안 꺾는다!”라고 맞대응을 하는 게 최선이다. 그렇게 서로 마주 달리다보면 트럼프도, 상대국도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을 수밖에 없다. 그래야 ④최악(충돌)을 피해 ③차악(나만 망신)이나 ②차선(둘 다 망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조작국가로 지목될 위기에 처한 중국, 독일, 일본 3개 국가의 대응은 이런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독일은 즉각 “유럽연합에 속해있는 독일이 무슨 수로 유로화를 절하한단 말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은 아직 구체적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대번에 겁을 먹고 핸들을 꺾었다.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아베 정부는 ‘조공외교’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연기금을 동원해 미국 투자를 늘리겠다고 나섰다. 또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미·일 성장·고용 이니셔티브(가칭)’라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심장이 콩알만한 일본이 트럼프에 농락을 당한 것이다.
트럼프가 일본처럼 고분고분하지 않은 독일이나 중국을 상대로 일전을 불사할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트럼프는 진짜 또라이가 아니다. 트럼프는 결국 이들과 타협할 것이다. 트럼프에게 다른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트럼프에게 남는 것은 하나다. 트럼프는 자선사업가가 아니라 자기의 정책으로 뭔가 미국에 이익을 안겨줬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입증해야 하는 정치인이다. 결국 트럼프는 자기의 또라이 짓에 겁을 집어먹고 핸들을 먼저 꺾은 치킨들을 상대로 착취를 강화할 것이다. 그래야 독일이나 중국을 상대로 얻지 못한 자기 정책의 성과를 국민 앞에서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미 일본과 마찬가지로 겁을 집어먹고 핸들을 꺾을 준비를 마쳤다. 황교안-유일호 콤비는 “미국 신정부와 새로운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명목으로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셰일가스를 들여오기로 했다. 항공기,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의 수입도 늘리겠다. 상황에 따라 무기 구입 확대도 검토할 수 있다”고 넙죽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 트럼프가 “아, 한국 예쁘다”면서 한미동맹도 강화하고 선물도 퍼 주고 그럴 것 같은가? 참으로 아둔한 생각이다. 트럼프는 만만한 한국을 상대로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물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갖은 착취를 강화해 뽕을 뽑으려 할 것이다.
한국은 충돌 직전까지 핸들을 꺾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트럼프도 한국에 더 이상 쓸 카드가 없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어떻게 하냐고? 황당한 소리다. 트럼프는 미국의 동북아 패권 장악이라는 엄청난 국익을 포기할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 그의 협박은 ‘미치광이 전략’의 일환일 뿐이다. 그것에 굴복하면 글로벌 호구가 될 뿐이다.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에 먼저 굴복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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