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 베네수엘라 여당, 총선 지선 압승 요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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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5-30 09:35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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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여당, 총선·지선 ‘압승’ 요인은?
박 명 훈 기자 자주시보 5월 29일 서울
![]() ▲ 5월 25일 치러진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니콜라소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왼쪽)과 지지자들. © 니콜라스 마두로 |
미국 방해 뚫은 베네수엘라 국민
지난 5월 25일(현지 시각) 총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베네수엘라에서 여당인 통합사회주의당이 압승했다. 미국에 맞서 강경한 ‘반미’ 정책을 펴 온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의 기반이 더욱 굳건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선거는 마두로 대통령이 재집권하고 10개월 만에 치러졌다. 본래 베네수엘라에서는 총선을 5년마다 한 번, 지방선거를 4년마다 한 번 치른다. 마두로 정부는 시기가 겹치는 올해 총선·지선 동시 선거를 결정했다.
마두로 정부를 향한 미국의 탄압과 제재, 베네수엘라 내 친미세력의 방해가 심했는데도 여당이 압승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베네수엘라 국가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통합사회주의당은 총선에서 82.68%를 득표했다. 전체 550만 5,000표 중 455만 3,484표를 얻었다. 이 밖에 민주동맹 등 야당의 득표율은 14%, 무효표는 3.31%로 나타났다.
베네수엘라는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뽑는 다수대표제, 정당 득표순으로 국회의원을 뽑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방식을 채택했다. 총선에서 여당이 얻은 의석은 과반을 충분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또 여당은 주지사 선거에서 24개 주 가운데 23개 주에서 승리했다. 여당은 2021년 야당이 승리했던 줄리아주, 바리나스주, 누에바 에스파르타주를 이번에 다시 탈환했다. 마두로 정부를 향한 기대감과 믿음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두로 정부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이 42.66%에 달하는 등 참여율이 높아 선거 종료 시각을 한 시간 더 연장해야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치러진 총선 당시 투표율은 30.5%였는데 당시보다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투표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선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베네수엘라의 현황을 고려할 때, 이 정도 투표율이면 상당히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투표율이 낮은 건 미국이 입김을 넣는 친미세력의 ‘선거 참여 거부’와 관련이 있다. 이들은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마두로 정부가 친미세력에 불리한 ‘부정 선거’를 한다고 주장하며 선거 참여를 거부했다.
이러한 친미세력의 방해에도 투표율이 오른 것이다. 베네수엘라 민심이 친미세력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두로 정부의 압승을 이끈 건 베네수엘라 국민이었다.
‘차비스모’와 볼리바르주의
미국에 맞서야겠다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사상, 의지가 압승의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마두로 정부가 압승한 요인으로 차비스모와 볼리바르주의로 대표되는 ‘사상의 힘’이 꼽힌다.
차비스모란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1999~2013년 재임)의 사상과 의지를 잇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베네수엘라 국민 가운데 이런 사람들이 많으며, 현직인 마두로 대통령도 그중 한 명이다.
현지 언론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차비스모에게 거의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주어 각 주의 지도와 국회를 붉게 물들였다”라고 보도했다. 붉은색은 통합사회주의당의 상징색이다.
잠깐, 차베스 전 대통령의 행보를 돌아보자.
본래 베네수엘라군 중령 출신인 차베스 대통령은 1999년 ‘반미’와 자주를 기치로 내걸어 친미 성향 정부를 몰아내고 집권했다. 그리고 헌법을 개정해 ‘사회주의적 성격’을 반영했다.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하자 이전까지 친미로 일관해 온 베네수엘라의 방향성이 완전히 뒤집어지게 된다.
차베스 정부는 미국 기업에 의존하던 석유 산업을 국영화했고, 미국이 펴는 제국주의 정책에 맞설 것을 선언했다. 이를 바탕으로 빈곤을 퇴치하고 사회 복지를 확충해 베네수엘라 국민의 큰 지지를 받았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탄압과 제재를 가했지만 ‘차베스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이런 기조는 차베스 대통령이 투병하다 숨진 뒤 후계자인 마두로 대통령이 이어오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3년 처음으로 당선됐다. 그 뒤에는 지금까지 잇달아 당선돼 연임을 이어오고 있다. 베네수엘라 헌법상 대통령 임기는 6년이며, 국민의 지지에 따라 얼마든지 연임이 가능하다.
차베스주의의 뿌리인 볼리바르주의에 관해서도 살펴보자.
볼리바르주의는 19세기 중남미 대륙 각국을 스페인으로부터 해방한 시몬 볼리바르 장군의 이름에서 딴 사상이다. 볼리바르 장군은 스페인 등 외세에 맞선 자주, 독립, 주권 강화 등을 공언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볼리바르주의는 중남미에서 해방, 자주, 독립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는 베네수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베네수엘라 여권은 이번 선거가 베네수엘라 주권을 부정하는 미국에 맞선 선거임을 강조했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마두로 대통령은 수도 카라카스 볼리바르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오늘날 볼리바르 혁명은 더 유효하고 강력하며 우리는 21세기의 차비스모와 볼리바르주의의 힘을 보여주었다”라고 강조했다.
마두로 정부는 통합사회주의당을 포함해 반미·좌파 성향 정치 연합체인 대애국전선을 통해 오는 2026년 초 ‘헌법 개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압승으로 마두로 정부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앞으로 마두로 정부가 나아갈 길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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